Chapter 3. 무례한 말, 나를 무너뜨리는 방식
어쩌면 아무렇지 않은 말이었다.
“넌 왜 그렇게 예민하니?”
직장 회의 도중, 팀장이 내 의견을 끊으며 웃으며 던진 말.
다들 웃었고, 나도 따라 웃었지만, 웃는 내 안에서 무언가가 무너졌다.
겉으론 아무렇지 않아 보였지만, 그 순간 나는 나를 껴안고 싶었다.
어떤 말은 칼보다 날카롭게 들어온다.
특히 그것이 ‘평소에도 그러하던 나’에게 향한 것이라면 더더욱.
회의가 끝난 뒤, 나는 화장실에 숨어 있었다.
거울 앞에서 화장이 번지지 않게 숨을 고르며, 또다시 나와 마주했다.
“그래, 너는 늘 이렇게 약하지.”
내면의 내가 말했다. 비난처럼 들렸지만,
어쩌면 그건 내가 나에게 너무 오래 말하지 못했던 문장이었는지도 모른다.
인정하지 않으려 했던 내 진실, ‘나는 상처받기 쉬운 사람’이라는 단순한 사실.
“근데 그게 그렇게 부끄러운 일이야?”
그의 질문에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감정은 내가 가진 유일한 무기였고, 동시에 가장 치명적인 약점이었다.
나는 ‘예민하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그것이 나의 존재 전체를 부정당하는 기분이었다.
내 감각, 내 생각, 내 방식. 모두가 너무 많이 느끼는 것, 너무 깊이 반응하는 것,
그래서 피곤하게 만든다는 평가.
그러니 나는 점점 더 조용해졌다. 웃는 법을 배웠고, 적당히 무뎌지는 법도 배웠다.
하지만 그럴수록 내 안의 나는 더 자주 말을 걸어왔다.
“넌 널 너무 쉽게 포기하잖아.”
정확한 말이었다.
나는 다툼을 피하기 위해 나를 먼저 접었다.
충돌을 피하고 싶어서 진심을 숨겼다.
무례한 말에도 웃어넘기고, 속으로만 울었다.
그렇게 쌓인 감정은 내 안에서 고요하게 썩어갔다.
무너진 건 남이 아니라, 나였다.
그날 밤, 나는 오랜만에 일기를 꺼냈다. 감정을 적을 곳이 필요했다.
활자로 쏟아낸 내 마음은 생각보다 단순했다.
“나는 그냥 괜찮다고 말하고 싶지 않았다.”
“나는 그냥, 나의 온도를 지키고 싶었다.”
글을 쓰는 동안, 내 안의 그가 조용히 옆에 앉아 있었다.
이번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비판도, 질문도 없이.
우리는 잠시 같은 방향을 바라보았다.
감정은 나의 불편함이 아니라 나의 언어였다.
사람들은 그것을 ‘예민함’이라 불렀지만, 나는 그것으로 세상을 이해했다.
다음 날, 나는 팀장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정중한 말로, 어제의 발언이 나에게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전했다.
용기는 필요했다.
단지 상처를 말하는 것만으로도 나는 떨렸다.
하지만 나는 써야 했다. 내가 나에게 정직해지기 위해서.
몇 시간이 지나지 않아 답장이 왔다.
뜻밖이었다.
팀장은 미안하다고, 웃음 속에서 불편을 놓쳤다고 했다.
그 순간 나는 처음으로 알았다.
내가 침묵할 때 세상은 바뀌지 않지만, 내가 말할 때는 아주 조금씩이라도 움직일 수 있다는 걸.
“이제서야 조금, 너다운 말을 했다.”
내면의 그가 미소 지었다.
이번엔 비웃음이 아니었다.
우리 사이엔 여전히 충돌이 있었지만, 그 날은 같은 쪽으로 한 발짝 내디딘 날이었다.
그도, 나도. 둘 다 같은 방향으로 걷는다는 건, 어쩌면 어른이 된다는 의미인지도 몰랐다.
무례한 말은 나를 무너뜨릴 수 있다.
하지만 내 말은 나를 다시 일으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