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1

나는 무대에서 노래하는 사람이다.

by SYKim

빛나는 조명이 나를 비추고,

수많은 눈동자가 내 입술 끝에 맺힌 숨결 하나에도 집중한다.
나는 아름다운 멜로디 위에 단어를 올리고, 그 단어 위에 감정을 실어 노래한다.
반주는 그 감정을 품어주는 품이고, 음악은 말보다 먼저 울컥이는 마음을 건넨다.


노래는 내 언어였다.
누구에게도 쉽게 내보일 수 없는 나의 마음이, 노래 안에서는 자연스러웠다.
남들은 내 감정에 귀 기울였고,

나는 그 감정이 세상 밖으로 나오는 유일한 방법이 노래라고 믿었다.
그건 누군가에게는 재능이고, 누군가에게는 기술이며,

또 어떤 이에게는 단지 직업이었겠지만, 나에게는 존재의 방식이었다.


처음 무대에 섰을 때의 떨림을 나는 아직도 잊지 못한다.
세상의 중심에 서 있는 듯한 기분.
모든 박수와 환호가

나를 향하고, 무대 아래에서 바라보던 동경의 시선이 이제는 내 몫이 되었다는 뿌듯함.
찬사와 기대, 존경과 부러움이 섞인 말들이 나의 어깨를 두드릴 때,

나는 스스로를 노래하는 예술가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화려함 속에서 서서히 나는, 나 자신을 잃어가고 있었다.
누구보다 진심으로 노래하고 싶었다. 하지만 어느세 감정을 담아 노래해야 할 시간에,

나는 어떤 음이 더 효과적인지, 어떤 표정이 더 관객을 흔드는지를 계산하고 있었다.

내 노래는 더 이상 내 것이 아니었다.

언젠가부터 나는 내 감정과 상관없는 노래를 해야 했다.

이미 너무 멀리 와 있었다.
노래는 상품이 되었고, 무대는 전시장처럼 느껴졌다.


나는 왜 노래를 시작했고, 무엇을 전하고 싶었을까?
이 질문들 앞에서 나는 자주 침묵한다.
차마 스스로에게 솔직해지지 못한 채, 대답은 침묵의 가장자리에 머무른다.


진실은 언제나 조용한 곳에 숨어 있다.
무대 위에서는 오히려 진실이 보이지 않는다.
조명이 꺼지고, 갈채가 멈추고, 화장이 지워진 밤.
그 고요한 방 안에서 비로소 나는 내가 누구였는지를 다시 마주하게 된다.


노래란, 단지 음정에 맞는 소리를 내는 것이 아니다.
그건 마음에서 마음으로 건너가는 진실의 다리다.
하지만 나는 그 다리를 내 손으로 끊어버렸다.
무너진 다리 위에서 나는 여전히 노래하고 있었고,

사람들은 그 무너진 다리를 아름답다고 칭송했다.
나는 눈을 감고, 진실을 외면하고, 화려한 겉옷만을 바라보았다.


나는 나를 포장했다.
사람들이 원하는 감정, 사람들이 좋아하는 표정,

사람들이 바라는 목소리를 가공해서 내보냈다.
그 안에 내가 있었는지, 아니면 내가 그렇게 만들어진 존재인지,

어느 순간부터는 나조차 분간이 되지 않았다.

예술이란 무엇인가.
진실 없는 감정이 음악이 될 수 있는가.
기교만으로 감동을 줄 수 있는가.


사람들은 말했다.
“너무 아름다웠어요.”
“감동적이었어요.”
그 말들은 내게 위로가 되지 않았다.
오히려 날카로운 비수가 되어 내 안의 공허를 찔렀다.
나는 알았다.
그 말들이 진심이더라도, 그 감동은 내가 아니라 내 껍데기에 쏟아진 것임을.


나는 지금도 노래한다.
그러나 다시 돌아가고 싶다.
처음 그 무대에 섰던, 숨이 턱 막히고 심장이 뛰던 그날로.
내 감정을 한 음 한 음에 실어 부르던 그 시절로.
누군가의 박수를 바라지 않았고, 그저 내가 이 노래를 사랑해서 불렀던 그 순간으로.


다시 그 다리를 놓고 싶다.
끊어진 진실의 다리를.
무대 위에서 진심으로 울고, 웃고, 흔들릴 수 있는 노래를 하고 싶다.
화려한 무대도, 조명도, 박수도 없이,

단 한 사람이라도 내 노래에 귀 기울여준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그렇게 노래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나는 무대에서 노래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언젠가는, 무대가 아니라 내 마음 속 깊은 곳에서부터 울리는 노래로,

다시 나를 찾아가고 싶다.
그 노래가 비록 작고 소박하더라도, 진실하다면 나는 그걸로 만족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