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10. “잘 지내?”라는 인사에 대답하지 못할 때
“잘 지내?”
누군가 그 말을 건넬 때마다
나는 잠깐 멈춘다.
입술은 “응, 잘 지내.”라고 자연스레 움직이지만
그 말은 진심이 아니다.
그저 가장 빨리 대화를 끝내는 안전한 말, 무사함을 위장하는 표정일 뿐이다.
내 안에서는 늘 이렇게 되묻고 있다.
‘나는 정말 잘 지내는 걸까?’
어쩌면 “잘 지내?”라는 말은 이 시대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지만 가장 진심 없는 말일지도 모른다.
그건 관심보다는 습관에 가깝고, 안부보다는 의례에 가깝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 질문에 대답할 필요도, 고민할 이유도 느끼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그 짧은 물음 앞에서 한참을 머뭇거린다.
그 단순한 인사가 나의 모든 일상을 찢고 들어오기 때문이다.
잘 지낸다는 건 뭘까.
밥을 먹고, 사람을 만나고, 일을 한다는 게 ‘잘 지내는’ 것일까?
아니면, 감정이 크게 요동치지 않고,
하루를 그럭저럭 넘긴다는 것이 그 기준일까?
나는 오늘도 무언가를 해냈지만, 마음은 텅 비어 있었다.
웃고 있었지만, 무기력했고 사람들 사이에 있었지만, 외로웠다.
그런 나에게 “잘 지내?”라는 말은 어쩌면 너무 무거운 질문이다.
어느 날, 진심으로 대답해보고 싶었다.
“아니, 잘 못 지내.
요즘 아침에 일어나는 게 너무 어렵고, 무언가에 계속 쫓기고 있는 기분이야.
가끔은 그냥 모든 걸 놓고 싶어.”
하지만 그 말을 꺼내는 순간
상대의 표정이 조금 굳는 걸 봤다.
그리고 곧, 대화는 다른 주제로 넘어갔다.
그날 이후 나는 깨달았다.
사람들은 진심보다 ‘괜찮은 대답’을 원한다는 걸.
안부 인사는 진짜 속마음을 묻는 게 아니라, 평온한 척 해달라는 묵시적인 요청이라는 걸.
그래서 우리는 거짓말을 배우고, 무사한 척을 익히고,
자기 마음을 숨기는 법을 몸에 새긴다.
그럼에도 나는 가끔 묻는다. 내 자신에게 조용히, 아주 조심스럽게.
“지금 너는 잘 지내고 있어?”
그리고 그 대답은 하루마다 조금씩 다르다.
어떤 날은 “응, 나쁘지 않아.”
어떤 날은 “아니, 너무 지쳐 있어.”
어떤 날은 “그냥 모르겠어.”
그 불안정한 대답들이 오히려 나를 나답게 만든다.
나는 완전히 괜찮지 않아도 괜찮은 사람이고,
때로는 무너져도 다시 돌아올 수 있는 사람이다.
그걸 아는 순간,
“잘 지내?”라는 말이 더 이상 나를 시험하지 않게 된다.
이제는 누군가에게 그렇게 인사하려 할 때 잠시 멈추고 생각해본다.
그 사람이 정말 어떤 상태인지 궁금한지,
아니면 그저 습관처럼 꺼낸 말인지.
그리고 가능하다면, 조금 더 진심을 담아 묻는다.
“요즘 너 어때?”
“진짜 괜찮아?”
“필요한 말이 있으면, 해도 돼.”
그 말들이 누군가의 하루를 지켜줄 수도 있다는 걸
나는 이제 안다.
“잘 지내?”라는 물음이
누군가에게는 칼날처럼 느껴질 수 있다.
그래서 더 조심스럽게, 더 따뜻하게 말해야 하는 질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