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을 다한 일에서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을 때의 좌절은
나이가 들면 무뎌질 줄 알았다.
마흔이 넘으면 실패쯤은 능숙하게 견뎌낼 수 있을 거라고,
스스로를 다독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그렇지가 않다.
아픔은 여전히 생생하고, 오히려 더 섬세하게 찌른다.
지나간 일이라고, 털어버리자고 수없이 말해본다.
그런데 마음은 말을 듣지 않는다.
무엇이 부족했을까,
무엇이 문제였을까,
어디서 놓쳤을까.
생각은 끝없이 되돌아가고,
비교는 상처를 키우고,
후회는 나를 더 아프게 만든다.
알면서도 그 생각들을 멈추지 못한다.
그래서 애써 방향을 틀어본다.
이번 일을 통해 내가 얻은 것들을 하나씩 떠올린다.
어떤 순간에도 자만하지 말 것.
기대가 클수록 상처도 커진다는 것.
아무것에도 쉽게 기대지 말 것.
겸손하되, 스스로를 속이지는 말 것.
하지만 그 깨달음이 위로가 되지는 않는다.
같은 일을 다시 할 기회는 이제 없고,
그 사실이 나를 더 깊이 주저앉힌다.
이제 나는 무엇을 기준으로
어떻게 더 나아지는 삶을 살아야 할까.
정답은 보이지 않고,
앞은 캄캄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막연함 속에서 또 하루를 살아낸다.
확신 없이, 방향 없이,
그래도 멈추지 않고 걸어간다.
아마 지금의 나는
잘 살고 있는 사람이라기보다는
그저 포기하지 않은 사람에 가깝다.
그리고 어쩌면,
이 아픔은 실패의 증거가 아니라
여전히 진심으로 살고 있다는 흔적일지도 모른다.
다음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오늘만큼은 이 통증을 부정하지 않기로 한다.
아프다는 사실을 인정한 채로
나는 다시 숨을 고르며,
내일을 향해 조용히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