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끈기가 없나

그럼 좀 외로운데

by 석영

끈기가 없어서

지루한 영화를 끝까지 못 본다.


같이 보는 사람이 있어서

계속 봐야 하는 상황이면

머리를 쥐어뜯으며 눈알을 굴린다.


설거지를 반만 하고 그만둔다.

그래봤자 라면 끓여 먹은 냄비와 컵뿐인데,

당최 끝나질 않는다.


말차 도구를 못 쓰겠다.

팔 아프다.


쫀쫀한 거품, 대체 언제까지 휘젓는 건지.

혹시 전동 휘핑기 쓰고서는

손으로 휘저은 척하는 거 아닌지,

아름다운 거품을 만든 이들을

불순하게도 의심했다.


헤어지는 게 쉽다.

다시 마음을 맞춰 볼 에너지가 없기에

미련이 없다.


진로를 포기했다.

나는 어차피 못 해라는 마음이 컸다.


악플에 대응을 못 하겠다.

한 단어 한 단어 반박할 수 있지만

내게 남는 게 없어서

그냥 조용히

텔레파시로 살을 날린다.


역시나 끈기가 없어서

이 글을 여기까지만 적는다.


설마 나만

끈기가 없을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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