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들이 참 많아
회사에서 두고 쓰는 투명 비닐우산이 하나 있었다.
다 똑같이 생겨서 일부러 알아보기 쉽게 손잡이에 이름표를 하나 붙여뒀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
점심을 먹으러 나서는 부장이
뒤섞인 우산 통 안에서 우산을 하나 집어 들려다, 내 우산을 봤나 보다.
정확히는 내 이름표를.
네 거 아무도 안 가져간다며 조롱 섞인 미소를 띠며 말했다.
몇 년 전, 다른 직장에서 근무 시간이 끝나자마자
"아 힘들다."
나도 모르게 뱉은 혼잣말에 옆에서 누군가 발끈했던 일이 머릿속에서 재빠르게 지나갔다.
그녀는 "너만 힘드냐? 다 힘들어."라며 면박을 주었다.
아, 이 두 인간은 같은 부류구나.
빠르게 그 둘을 같은 휴지통으로 분류해 넣고
그냥 뭐 어쩌라는 거지 표정으로 응수하며 콧방귀를 뀌어주었다.
이상하게 그해 여름에는 비가 거의 날마다 왔다.
다른 날 또 비가 와서 이름 적힌 우산을 들고 식당에 갔다.
밥을 건하게 먹고 나오는데
내 우산이 없다.
이름표도 붙여놔서 없을 리가 없는데 없다.
두 번 보고 세 번 봐도 없다.
대한민국엔 우산 도둑들이 왜 이리 많을까.
아 아니다. 아냐. 말실수.
이 세상엔 빌어먹을 도둑놈들이 왜 이리 넘쳐날까.
짜증이 났지만
단돈 삼천 원 날리고 부장에게 한마디 할 수 있는 기회였다.
'내 거 누가 가져갔잖아요!!!'
그런데 이름표가 제구실도 못 한 것이어서
그렇게 당당할 처지는 못 되어 관뒀다.
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