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이 세상에서 주인공이 아닌 것 같다.
길거리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은
모두 본인 인생의 주인공인 듯,
등을 쫙 펴고 당당히 걸어 다닌다.
옆 사람과 이러쿵저러쿵 세상 이야기를 하며
파하하 웃기도 한다.
나는 그들의 에너지에 기가 죽는다.
나만 이 세상에서 조연도 아닌
대사 한 줄 없는 ‘행인 1’ 같은 모양새다.
난 왜 그럴까.
내 주변에는 엄청난 자산가도 없고,
명문대를 나왔거나
예술로 크게 이름을 날린 사람도 없다.
다들 지극히 평범하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들뿐인데,
500ml짜리 한 병에 5만 원인 올리브유를 사 먹고
이솝 핸드워시를 쓰거나
휴가 때마다 해외여행을 다녀오는 것이 그들의 일상이다.
나는 종종 세상 사람들과
멀리 떨어져 있는 기분이 든다.
세상과의 거리감이 나를 위축시키고, 내가 이 세상의 주인공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 같다.
누군가 헬스나 필라테스 이용권을 끊었다고 이야기할 때,
나는 그저 “그랬구나.”밖에 할 말이 없다.
유명한 음식점에 갔는데
사람이 없어서 금방 앉았다며
다행이었다는 얘기를 들을 때도 마찬가지다.
나는 그래본 적이 없으니까.
왜 꼭 돈을 내고 운동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게다가 대부분의 여자가 다이어트할 거라는 전제하에,
“너 무슨 운동해?”하고 대뜸 묻는 것도 이해가지 않는다.
맛집이라고 해서
왜 줄을 서서 꼭 먹어봐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물론 맛집에 가면
보장된 맛을 느낄 수 있다는 건 알지만,
그 가격과 기다림이
과연 온전히 보상으로 돌아오는지는 잘 모르겠다.
사실 만 원짜리 제육도,
30분이면 배달 오는 햄버거도
내 입에는 다 맛있으니까.
아무도 나에게 유행을 따르라고 강요하지 않았다.
거기도 안 가봤냐며 나를 놀리거나,
뒤에서 흉보는 사람도 없었다.
(아, 한 명 있었다. 코로나도 안 걸려봤냐며 주말에 좀 놀러 다니라고 빈정거리던 부장)
그럼에도 자꾸만
세상 사람들과 묘하게 거리감이 느껴진다.
이게 나의 찌질함 때문에
지레 기가 죽어 생기는 거리감일지도 모른다.
세상과 완전히 단절되고 싶지는 않아서
가끔은 유행하는 음식을 먹어보거나
물건을 사보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 실망만 남는다.
‘역시 내 취향 아냐. 돈 버렸네.’
나는 참 어울리기 힘든 인간이로구나.
몇 년 전,
회사에서 같이 근무하던 언니가
해외여행을 단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다고 했다.
나는 “에에??? 진짜요?” 하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지금 생각하면 좀 무례한 반응이었다.
정작 ‘평범한’ 사람을 보고 놀란
나 자신이 웃기다.
혹시 나는
‘비주류의 삶을 사는 여주인공 병’을 앓고 있는 걸까.
세상 사람들이 나를 이해 못 한다며
혼자 고독한 척,
사실은 내가 특별하다고 말하고 싶은 병.
꼴값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