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딸딸딸 중 셋째면서 딸로는 둘째, 큰 아들도 아니고 큰 딸도 아니고 막내도 아닌 가운데에 있는 나. 그래선지 어릴 적 친구들 사이에서도 셋 중 가운데 역할을 하곤 했다. 두 친구의 갈등은 내게 큰 스트레스가 되니 어찌해서든 관계를 안정시키고 싶어 했다. 요즘 세 친구가 되어 갈등을 겪고 있는 아들에게 나 어릴 적 노하우도 전수해 준다. 다섯 이상이 되면 조용히 중심을 지키는 쪽을 선택한다. 아마도 지금 내가 추구하는 균형과 조화는 날 때부터 시작된 것일지도 모른다.
좋아하는 것으로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짐작하고 지내다가 끔찍이 싫어하는 것에서도 힌트를 얻기도 한다. 남편을 처음 만날 때에도 뭘 좋아하는지 묻기 바빴다. 초롱초롱한 눈으로 대뜸 물어보면 말문이 막히기도 하는지 바로 답을 듣지 못한 것도 많다. 우린 좋아하는 게 조금 달랐지만 싫어하는 건 비슷했다. 그를 선택한 자연스러운 이유이지 싶다.
그런 이유로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 나를 나답게 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곁에 두고 거의 한 몸처럼 지내는 것들을 떠올려보자. 곁에 없으면 불안하거나 허전한 건 책이다. 그때그때의 관심에 따라 구매한 책들.
최근엔 육아서가 대부분이었지만 큰 아이가 학교에 갈 무렵엔 나에 관한 책에도 빠지게 되었다. 스무 살 무렵 책 속에서 길을 찾기 시작한 뒤로 언제나 함께 한다. 어릴 적 친구들은 제 살길 찾아 흩어져 사는데 책은 내 곁을 지켜준다. 삶의 문제들이 닥쳐올 때 인터넷 서점을 방랑한다. 내 마음과 고민 걱정을 들어주고 위로해주고 응원해주는 기분이 든다. 오랜 친구 같다.
그리고 블루투스 스피커가 안 보이면 리모컨 찾듯이 찾아다닌다. 늘 곁에 두고 듣고 싶거나 아이들에게 들려줄 노래를 연결한다. 그 둘과 함께 하니 비 오고 축축 쳐지는 오늘 같은 날도 견딜 수 있다.
그리고 산책은 정신과 몸을 건강하게 해 준다. 발 편한 운동화를 신고 나무 사이를 걸을 때 행복해진다. 특히 저녁놀 보는 걸 너무 좋아한다. 어디서든 그 순간엔 발걸음을 멈추고 보거나 찍는다.
요즘엔 아이들도 좋아하는 강가 공원을 자주 찾는다. 그곳에서 보기 좋은 장면을 사진으로 담는 게 취미다. 아이들은 널찍한 공원을 제집 마당처럼 뛰놀고 난 강물이 흐르는 것을 무심히 보면서 마음의 시름을 물과 함께 흘려보낸다.
음악과 자연은 균형과 조화의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 준다. 그 리듬이 몸을 편안하게 해 주고 마음을 즐겁게 해 준다. 좋은 가사의 노래는 무한 반복이다. 삶의 문제들은 책 속에서 찾는다. 이게 요즘 내가 하는 짓이다.
그리고 마음 열 수 있는 사람을 만나는 것. 내 마음과 생각을 있는 그대로 표현해도 어색하거나 불편하지 않을 때, 나와 그가 함께 만든 우리라는 세상은 책과는 다른 지혜와 용기를 준다.
삶이 전쟁이라면 나의 무기는 음악과 책과 자연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 특히 아이들이다. 코로나 전쟁 중에도 나를 지탱하고 나아가게 한다.
이렇게 시소의 한가운데처럼 균형과 조화를 지향하는 나는 그게 깨지거나 어긋날 때 몹시 힘들어한다.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사람의 마음에 무심하거나 그래서 방치하는 것, 참을 수 없는 관계의 가벼움, 지나침 이런 것들을 싫어한다. 과한 게 부족함만 못하다는 걸 여러 군데에서 체감하고 산다. 이러다 보니 조율사도 아닌데 여기저기 다 조율하려 든다.그럼에도 조금 부족하거나 삐뚤어져도 괜찮다고 말해 주는 이가 곁에 있어서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