옹이 무늬

한 번 더 생각하기

by 착길


몇 년 전 이사할 때, 튼튼하고 결이 고 보이는 원목 식탁을 주문했다. 받고 보니 여기저기 둥글며 짙은 점이 많은, 옹이 투성이 식탁이었다.

제품 설명서에 이 정도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데 아무래도 눈에 거슬린다.


디자인이 마음에 쏙 들어 다른 식탁은 생각도 없기에 옹이들이 바글거리는 식탁 의자에

앉아 가만히 쳐다보았다.


한숨을 쉬며 한참을 보고 있는데 까맣고 커다란 잡티들이 나무의 흉터로 보이기 시작했다.

흉터로 보이니 그 이전의 상처도 보이고 상처가 생기기 전의 나뭇가지들이 보였다.




푸른 나뭇가지들이

나무기둥에서

뻗어 나가기 시작한


꺾이고 부러지고

떨어져 나 자리


가만히 들여다보니

동글동글 겹이

옹이 안의 나이테


옹이가 되기 전

하늘 향해 뻗

하나의 나무였구나


자기 일을 다 한 뒤

소소한 삶의 흔적

남기고 떠났




옹이, 나무의 상처가 마른 흉터라는 걸 익히 알았지만 내가 아끼는 가구에 새겨진 옹이는 그저 잡티만 같았다. 생각 한 번 더 하니 그저 나무의 다른 무늬로 보이기 시작했다. 이 식탁과 똑같은 모양은 있어도 똑같은 무늬는 없겠구나. 하나뿐인 나의 식탁이 되겠구나. 은 디자인의 다른 식에는 더 많은 옹이들이 있을 수 있기에 그냥 우리 집에 들이기로 했다. 그렇게 5년째 함께 살고 있다.


식탁을 집에 들인 며칠 뒤부터는 옹이들이 에 거슬리지 않았다. 그 로 집에 들이는 원목 가구의 옹이들도 잡티로 보이지 않았.


한 번 더 생각한 것뿐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