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소신

by 착길


여리디 여린 마음

지킬 수 있었던 건

읽었던 들었던 생각했던

문장들 덕분었지


시간이 지나면

경험이 많아지면

단단해질 거라

착각하고서 말이야


홀로 갈고닦아 새긴 문장 하나

그걸 소신으로 자신하며 살다

둘이 되고 셋이 되고 넷이 되

어버렸네, 잃어버린 건가


뿌연 흙탕물 속에 리내리고

물 밖으로 은 잎 펼친 후

긴 꽃대 하늘 향해 뻗어 올린

소신 가득해 보이는 봉오리야


알알이 박힌 여린 씨앗

고루고루 단단해지게

보드랍고 고운 잎 모아

향기롭게 감싸 안았구나


뿌연 현실에 잃어버린 소신

뽀얀 아이들이 감싸고 있

알알이 고루고루 단단해지겠지

조금씩 찬찬히 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