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해, 초록아

by 착길


해질 무렵 비가 쏟아진 뒤

굶주린 너를 집 앞 화단 풀숲에

놓아주고 왔는데 다음 날부터

비는 안 내리고 연일 폭염이


아이가 심심하다고 아빠가 멋있게 잡아서

작은 채집통에 넣고 물과 풀을 깔고는

먹이로 파리를 잡아와 넣어 주니

폴짝 뛰어 날름 속에 넣어 꿀꺽 삼켰지


나는 너의 입맛에 맞는 먹이를 구해주지 못해

안절부절못하다가 빨리 풀숲에 놓아주자고

며칠 동안 아이를 설득했


아빠의 퇴근이 늦은 날, 굶주린 너를

놓아주자고 얘기하니 수긍하더구나

첫날처럼 벽을 타고 오르지도

뛰지도 않고 가만히 앉아 있거든


배가 고파서 움직이기도 싫

탈출을 포기하고 주는 먹이를 기다렸니

멀리 떠나온지도 모르고 누구를 기다

아무 말없이 앉아있는 너를 두고 볼 수 없었어


청개구리가 오늘은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엄마는 먹이를 구해줄 수가 없다

어떻게 할까

그제야 아이는 너를 놓아주자고 했어


저녁까지 폭염은 계속되었지만 오후의 비로

풀잎들이 촉촉하기에 채집통 뚜껑을 열었는데

안쪽 벽에 꼭 붙어 나갈 줄을 모르더라

뚜껑을 열어 땅바닥 쪽으로 기울였더니

어느새 풀숲으로 폴짝 뛰어 사라졌지


나간 김에 아이의 허전한 마음을 달랠 겸

공원 산책을 하고 돌아오 연못을 지날 때

아 맞다, 청개구리는 물을 좋아하지!

아찔한 순간이었어


너의 굶주린 배가 빨리 찼으면 해서

물은 잊은 채 풀만 생각하고 놓아음을

물과 풀이 있는 연못을 지나다 알았지 뭐야


퇴근길에 전화한 아빠에게 백했어

너를 놓아줬다고

뭐라도 먹여서 보내지

그 말이 마음을 찔렀어


보내기 전에 어떻게든 뭐라도 먹일 걸

생소한 곳에서 아무것도 못 먹을 수도 있겠네

물과 먼 곳에 빈 배로 보내다니, 내가


아이들 낳고 모유 이유식 삼시세끼 식까지

한 끼라도 못 챙기면 안절부절못했으면서

살던 곳에서 멀리 데려와 굶기다가 그냥 보내다니


청개구리 한 마리를 좁은 곳에 가두는 게 싫어서

스스로 먹이를 찾을 수 없데 굶기는 게 싫어서

먹이를 구할 용기가 도저히 없어서


보내고 난 뒤에야 못 챙긴 게 너무 미안했어

그러고 보니 이름도 없이 보냈잖아

보내기 전에 이름도 지어 불러주고

눈도 맞추고 이야기도 나눌 걸


너무 늦게 불러서 미안해, 초록아

풀숲에서 용감하게 먹이를 찾아 배 채우고

폴짝폴짝 씩씩하게 물로 뛰어가

신나게 헤엄 친구 거니

야무지고 똘똘해 보여서 잘 지낼 거라고

아빠에게 몇 번이나 얘기했어


답답한 채집통으로 놓아줄 생각에

거친 세상으로 보내는 줄 미처 몰랐어

미안해, 초록아



보내기 전에야 마주 본다ㆍ미안해, 초록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