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가보았던 바다에 가기로 했습니다
태몽에서 보랏빛 반짝이는 커다란 물고기였던
태명이 자연이였던 큰 아이는
출발하자마자 마음이 말랑해집니다
도착한 바닷가엔 거리두기로 씻을 물이 없었습니다
아이는 집에서 입고 간 수영복 차림으로
수영도 못하면서 바다를 향해 뛰어갑니다
바닷물에 몸을 담근 뒤로는 나올 생각이 없습니다
친한 친구를 만난 듯 신나게 어울려 놉니다
혼자여도 편안하고 즐거워 보입니다
너른 바다의 파도와 함께 춤을 추는 물고기 마냥
마음껏 몸을 움직이며 헤엄을 칩니다
모니터에 갇힌 아이가 바다를 만났습니다
바다와 하나가 되어 윤슬처럼 반짝이는 아이가
예쁩니다 너무너무 자연스럽습니다
아이는 해 질 무렵 바닷물을 머금고
반짝이며 걸어 나옵니다
머리의 물을 털고 몸을 쓱쓱 닦고는
해맑은 미소를 짓습니다
딱딱하고 네모진 마음도 파도와 함께
출렁이며 밀려오다가 촤라락 부서집니다
흩어진 물방울들은 다시 쓰르르 모입니다
촤라락 부서지다가
쓰르르 모이고
촤라락 부서지더라도
쓰르르 모입니다
새하얗게 거품 물고 부서졌다가
어느새 다시 모여드는 물을 봅니다
물이 반 이상인 사람의 마음이 부서졌다고
크게 놀라거나 슬퍼하지 않아도 됩니다
어느새 다시 모이는 것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이미 가보았던 바다에 와서야 알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