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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착길 Oct 08. 2021

탈출


일상에 갇혀 답답하다고 들어온 숲에

들어설 땐 어린애 마냥 자유롭고 신이 났는데

안에 나를 넣어두고 꼼짝 못 한 채

시간처럼 강물처럼 흐르지 못하니

이곳 또한 답답한 곳이 된 게 아닌가


현실에 맞서기 위해 이상을 꿈꾸고 좇다가

오아시스 같은 샘을 만나 벌컥벌컥 들이켰는데

속을 시원하게 씻어주며 빈 데를 채워주던

그 마음은 모두 어디로 사라져 버렸나

처음보다 더 처음인 듯, 그것은 신기루였나


분명히 있었는데 명히 보고 느꼈는데

손에 잡힌 건 투명하고 가벼운 공기뿐이니

그렇게 사라지는 게 싫어서 찍어두고 썼는데도

남은 게 없는 것처럼 텅 빈 것 같은 게

숲에서도 길을 잃은 모양이다


길의 초입엔 작고 예쁜 풀꽃들이 반겨주었고

들어선 숲의 울창한 나무 그늘 아래 쉴 수 있었는데

조금 더 깊은 곳을 향하게 되니 덜컥 겁이 생긴 듯

깊고 은 숲길 앞에서 멈추고 말았다

멈춘 자리에 서서 앞을 보다가 뒤돌아 본다


소소한 삶, 작지만 진실한 순간을 담는 게 좋았다

그 순간을 나만의 언어로 조금씩 표현할 때마다

가슴은 콩닥콩닥 얼굴엔 함박 미소가 번졌다

그러나 삶이 늘 싱그럽고 예쁘지만은 않기에

소신과 진실만으로 돌아가지는 기에

발걸음이 멈출 때가 많았고 마음도 흐르지 않았다


나만 사는 게 아니기에 얽히고설키어 살아가기에

엎치락뒤치락 오르락내리락 앞서거니 뒤서거니

아간다는 걸 알면서도 이따금씩

멍하니 발길을 멈추고 돌아보게 된다

지금 서 있는 이곳에서, 자유롭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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