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갇혀 답답하다고 들어온 숲에
들어설 땐 어린애 마냥 자유롭고 신이 났는데
숲 안에 나를 넣어두고 꼼짝 못 한 채
시간처럼 강물처럼 흐르지 못하니
이곳 또한 답답한 곳이 된 게 아닌가
현실에 맞서기 위해 이상을 꿈꾸고 좇다가
오아시스 같은 샘을 만나 벌컥벌컥 들이켰는데
속을 시원하게 씻어주며 빈 데를 채워주던
그 마음은 모두 어디로 사라져 버렸나
처음보다 더 처음인 듯, 그것은 신기루였나
분명히 있었는데 선명히 보고 느꼈는데
손에 잡힌 건 투명하고 가벼운 공기뿐이니
그렇게 사라지는 게 싫어서 찍어두고 썼는데도
남은 게 없는 것처럼 텅 빈 것 같은 게
이 숲에서도 길을 잃은 모양이다
길의 초입엔 작고 예쁜 풀꽃들이 반겨주었고
들어선 숲의 울창한 나무 그늘 아래 쉴 수 있었는데
조금 더 깊은 곳을 향하게 되니 덜컥 겁이 생긴 듯
깊고 깊은 숲길 앞에서 멈추고 말았다
멈춘 자리에 서서 앞을 보다가 뒤돌아 본다
소소한 삶, 작지만 진실한 순간을 담는 게 좋았다
그 순간을 나만의 언어로 조금씩 표현할 때마다
가슴은 콩닥콩닥 얼굴엔 함박 미소가 번졌다
그러나 삶이 늘 싱그럽고 예쁘지만은 않기에
소신과 진실만으로 돌아가지는 않기에
발걸음이 멈출 때가 많았고 마음도 흐르지 않았다
나만 사는 게 아니기에 얽히고설키어 살아가기에
엎치락뒤치락 오르락내리락 앞서거니 뒤서거니
나아간다는 걸 알면서도 이따금씩
멍하니 발길을 멈추고 돌아보게 된다
지금 서 있는 이곳에서, 자유롭고 싶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