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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착길 Jan 27. 2022

소화불량


도저히 소화가 안 되는 말들이 있다.

찬밥을 먹은 듯 돌밥을 삼킨 듯 속이 부대낀다.

나에게 한 말이 아닌데 건너 들은 말인데

듣기만 해도 위장을 굳게 만든다.

내 주변의 공기가 차가워지는 것 같다.


말은 내게 큰 힘이 되다가도 짐이 되기도 한다.

말이 내 하루를 쥐었다 폈다 조몰락거린다.

무엇보다 내 안에서 나오는 말이 진실할 때가

제일 좋고 진부하지 않으면 더 좋다.

준비해놓지 않았던 거칠고 차가운 말이

툭툭 튀어나오면 내가 낯설고 이내 쪼그라든다.

곁에서 나를 세상이라 믿고 자라는 아이에게

쓸데없이 던진 돌 같은 말들이 더 커져서 돌아온다.


작은 돌멩이에도 이렇게 흔들리는 날에는

한없이 진실한 글을 읽고 싶어 진다.

더없이 진실한 노래를 듣고 싶어 진다.

눈과 귀가 아릿해도 보고 들을 수 있는

그런 글을 만나고 노래를 만나야 한다.

그 한 마디를 만나면 좀 잠잠해지니까.

쓸데없어 보이지만 그래야만 살 수 있다.


들려온 차가운 말에 얼어버리지 않으려면

내 안에서 따뜻한 말이 나올 때까지 침묵해야 한다.

고요하게 만들어주는 글과 노래를 찾아야 한다.

찾는 행위만으로도 주위가 환기된다.

이래야 사는 것 같다.


지금과 잘 맞는  노래를 만나면

다시금 내 주변의 공기는 따뜻해질 것이다.

오랜 습관이라 이제는 삶이 되었다.


두통까지 오면 원인이 뒤죽박죽 섞여버린다.

무엇이 소화를 방해했는지 모호해진다.

결국 이 고통에서 벗어나려는 발버둥으로

글과 음악을 곁에 둘 뿐이다.

안간힘 다해 읽고 찾아낸 문장이

흐릿한 뇌를 맑게 씻어준다.

빈 마음에 노래도 들어온다.

그제야 밥이 넘어간다.




곁에 있어 준 글과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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