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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착길 Jan 03. 2023

완전한 순간



딱딱하고 네모 집을 벗어나

탁 트이고 넓은 벌판을 지나면

둥그런 해가 천천히 떨어진다


난 곳에서 이곳저곳 서로를 찔러대다가

거리를 두고 앉아 같은 곳을 향하면

울퉁불퉁한 마음이 서서히 둥글어진다


터덜터덜 걸어가 만난 폭신한 모래밭

수평선 너머 하늘은 여전히 새롭게 물들고

바람에 일렁이는 잔잔한 물결 앞 멈춘다


모래 위 아이들은 언제나처럼 해맑게

깔깔거리며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지는 해가 그려놓은 노을을 바라


이거면 됐지, 이만하면 완전하지

 하러 그렇게 실랑이를 벌였을까


완전한 아름다움은 언제나 순간이었지

순간만으로 다시 일어설 수 있었지

우리 잊었을 뿐이



지난여름 바닷가


2022년은 불안과 아픔 슬픔과 분노가 가득했던 해였습니다. 쓸 수가 없었어요. 읽기도 힘들었고요. 글이 삶을 이끌어줄 거란 믿음이 통하지 않기도 했어요. 무력감을 절실히 체험 해였습니다.  달라졌지만 큰 차이 없는 현실입니다. 오직 제가 달라지는 수밖에요. 지난여름 가 폭발한 뒤 찾은 바닷가에서 만난 순간을 잊을 수 없어 남겨 봅니다. 그런 순간들, 짧지만 완전한 순간들이 있었기에 해를 잘 넘길 수 있었을 거예요. 여러 가지 감정과 생각로 어지러울 때에도 분명 우리는 완전한 순간 안에 있었을 거예요. 그것만은 믿고 다시 힘을 내봅니다. 2023년  씻고 마음 닦아, 새로운 름다움을 볼 수 있는 해가 되기를 망합니다. 완전한 사람들의 완전한 순간들을 잊지 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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