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하루의 온도가 되는 시간

결혼을 통해 배운것

by 송림


결혼은 사랑의 완성이 아니라,

사랑이 매일 다시 태어나는 자리였다.


괌에서의 첫 해는 그렇게 시작됐다.

뜨거운 햇살, 낯선 하늘빛, 느린 하루의 속도.

처음엔 모든 게 어색했다.

마트에서 물건 하나 사려면 서너번은 영어 단어를 검색해야 했고,

차를 몰고 나갈 때마다 ‘이 길이 맞나?’ 불안했다.

하지만 내 옆에는 늘 한 사람이 있었다.

조용히 내 손을 잡아주던 사람,

같이 길을 헤매주던 사람.


결혼이란, 그저 같은 방향으로 걷는 용기일지도 모른다.

길을 몰라도 괜찮은 이유는

같이 있기 때문이다.


괌의 저녁은 유난히 선선하다.

바닷바람은 머릿결을 스치고,

바다내음이 부엌 창문으로 스며든다.

우리는 종종 아무 말 없이 식탁에 앉아

하루의 피곤함을 나눈다.

대단한 대화는 없지만,

그저 옆에 앉아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음이 편해진다.


결혼을 하면, 사랑이 변한다고들 말한다.

맞다. 하지만 그것은 사라지는 변화가 아니라,

더 깊어지는 방식의 변화다.

연애 때는 서로의 설렘을 주고받았다면,

지금은 서로의 ‘쉼’을 나눈다.

누군가의 하루가 힘들 때,

조용히 차를 끓여주는 손짓이 사랑이 되고,

불 꺼진 방에서 들리는 숨소리가 평안이 된다.


괌의 파도는 늘 일정한 간격으로 밀려온다.

그 소리를 들을 때마다 생각한다.

우리의 결혼도 이 파도 같으면 좋겠다고.

거세게 밀려오지 않아도 좋다.

다만 꾸준히, 부드럽게, 그리고 같은 방향으로.


언젠가 괌을 떠나더라도

이곳의 햇살과 바람, 그리고 파도의 리듬은

우리 안에 남아 있을 것이다.

그건 아마도,

함께 웃고, 울고, 버텨낸 모든 계절의 기록일 테다.


결혼은 인생의 정착이 아니라,

둘이 함께 떠나는 또 하나의 여행이다.

그리고 괌은,

그 여행이 얼마나 따뜻할 수 있는지를 가르쳐준 섬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