괌을 떠났다

안녕,그리울거야

by 송림


괌을 떠났다.

말은 참 쉬운데

과정은 쉽지 않았다.


임신 중 이사라는 건

무거운 캐리어를 드는 일이 아니라

묵직한 결정을 하는 일이었다.


이걸 가져갈까.

저건 버릴까.

이건 과연

지금의 나에게

미래의 나에게

필요한 걸까.


배는 점점 나왔고

집은 점점 비어갔다.


괌은

누구에게든

꽤 친절한 곳이었다.

천천히 걸어도

아무도 뭐라 하지 않았고

땀이 나면

그냥 날씨 탓을 하면 됐다.


그래서

여기서는

느려도 엄마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잘하지는 못해도

괜찮은.


그런데

삶은 늘

“여기까지야” 하고

말도 없이 불쑥 선을 긋는다.


본토로 이사를 결정하고

이삿짐을 싸는날,

나는

바닥에 앉아

닫히지 않는 캐리어를 붙잡고

한참을 들었다 놨다 하며 마음을 골랐다.


이젠 허리를 숙이면

배가 먼저 닿아서

아,

이제는 정말 혼자가 아니구나

싶었다.


괌의 바다는

마지막까지

참 파랬고

그게

조금 얄미웠다.

(멀찍이 그리울테니까)


괌을 떠나는 날

공항에서

나는 의외로 담담했다.

꽤 울음이 나올 줄 알았는데

피곤이 나를 먼저 삼켰다.


아기는

뱃속에서 조용했고

나는

그 조용함을

따라 한걸음 또 나아가기로 했다.


앞으로는

어디에 살든

짐이 하나 더 있다.


이름 없는 미래와

아직 태어나지 않은 우리 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