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마음이 담긴 음식
단풍이 곱게 물들던 날의 홍시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남편과 연애하던 시절이다. 내가 버스를 타고 남편 집 근처로 가면, 기다리던 남편은 나를 알아보고 그 버스에 올라탔다.
그날 남편은 하얀 종이로 감싼 무언가를 아주 애지중지 들고 버스에 올랐다. 사귄 지 얼마 되지 않은 터라 계속 묻기도 머쓱해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가만히 있었다. 남편은 내내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어디였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목적지에 도착해 벤치에 앉자 남편은 하얀 종이를 조심스럽게 벗겼다. 그 안에는 잘 익은 다홍빛 홍시가 들어 있었다.
집에서 나오려는데 홍시가 나무에 달려 떨어질 듯 말 듯하고 있었단다. 내게 주려고 깨끗이 닦아 키친타월로 감싸 들고 나왔다고 했다. 홍시는 대봉이었는데 아주 달콤했다. 한쪽 어깨에 백팩을 메고 한 손에 홍시를 들고 환하게 웃으며 버스에 오르던 스물일곱 살 남편의 모습이 아직도 선명하다. 홍시를 건네주던 그 따뜻한 마음이 고맙고 좋아서 서둘러 결혼을 했던 것 같기도 하다.
겨울밤 군만두 이야기를 마저 해야겠다. 문틈 사이로 스며드는 바람을 조금이라도 피하려고 두꺼운 목화솜이불속에서 잠을 청하고 있으면, 아빠는 차가운 겨울밤 바람과 함께 맛있는 것들을 사 오셨다. 자정이 훌쩍 지난 시간이지만 방 안으로 들어온 찬 기운과 코끝에 닿는 기름 냄새가 잠을 깨웠다.
늦은 귀가에도 아이들의 깬 얼굴을 보고 싶으셨던 것 같다. 시내에서 사 오셨지만 많이 식지 않은 걸 보니 분명 빨리 걸어오셨을 것이다. 얇은 대나무 도시락통에 담긴 군만두에서는 고소한 기름 냄새와 단무지의 새콤한 향이 났다. 무거운 이불속에서 얼굴만 내밀고 손으로 군만두를 집어 먹으면 겨울밤의 추위는 금세 사라졌다. 아쉬운 마음에 손에 묻은 기름을 쪽쪽 빨며 다시 잠들곤 했다. 물만두가 나와 간편하게 데워 먹을 수 있지만 나는 그 겨울밤이 떠올라 기름을 넉넉히 두르고 만두를 구워 먹곤 한다.
피곤하고 지친 몸으로 찬 바람을 뚫고 걸어오셨겠지만, 우리 삼 남매 얼굴 한 번 보려고 사 오신 군만두였다. 그 군만두에는 아빠의 고단함과 사랑이 담겨 있었다. 그 덕분에 우리 삼 남매도 각자의 가정을 이루고 잘 살아가고 있다.
나는 아이들이 집에 오면 맛집을 찾아가기도 하고 먹고 싶다는 것을 사 주기도 한다. 그래도 가능한 한 가지라도 직접 요리를 해서 먹이려고 한다. 사소한 음식이라도 그 안에 사랑과 정성을 담고 싶다. 언젠가 아이들이 힘들고 지쳐 입맛이 없을 때 문득 떠오르는 음식이 내가 해 준 어떤 음식이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어렵고 힘든 시간 속에서도 계절마다 나에게 사랑을 전해 주었던 음식,
그 음식이 내가 버텨 내고 살아내는 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