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이 가깝다는 이유로 이사 왔다.
물론 다른 이유도 있었지만, 내게는 그것이 가장 큰 위안이었다.
한동안 나는
문이 열리기도 전의 도서관을 지나 출근했고
불이 꺼진 도서관을 바라보며 집으로 돌아왔다.
이상과 현실은 늘 조금 멀리 서 있었다.
뜻하지 않게 시간이 생겼다.
일 하나를 내려놓았을 뿐인데
겨울방학 같은 날들이 찾아왔다.
이제는 아침마다 도서관으로 향한다.
계단을 닦고 계시는 여사님께 “안녕하세요” 인사를 건네며
하루를 연다.
서가를 천천히 걷는다.
책 등을 따라 눈길이 흐른다.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수많은 사람들이 나를 스쳐 지나간다.
아버지의 죽음을 궁금해하던 아이,
친구가 없어 외로웠던 소녀,
세상의 모두를 ‘그대’라 부르던 사람들.
책을 펼치면 한 사람을 만나고
또 한 사람을 만난다.
그들의 시간을 따라가다 보면
내 생각은 조금 더 깊어지고
내가 미처 이해하지 못했던 마음을
조금은 헤아리게 된다.
류시화 시인의 「살아 있다는 것」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뭍에 잡혀 올라온 물고기가 온몸을 던져 바닥을 치듯이
그렇게 절망이 온몸으로 바닥을 친 적 있는지…
살아 있다는 것은 그렇게 온 생애를 거는 일이다.”
이토록 치열하게 살아내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을
책을 읽으며 더욱 또렷이 느낀다.
우리는 때로
내가 가진 문제가 세상에서 가장 큰 문제인 듯 살아간다.
그러나 책장을 넘기다 보면
각자의 삶을 온몸으로 견디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홀로 서 있다고 느끼는 이들이
이곳에 와서 책을 읽으면 좋겠다.
조용히 앉아
타인의 시간을 한 장씩 넘기다 보면
생각은 깊어지고
이해는 조금 넓어진다.
그래서 적어본다.
그대들이여,
이곳으로 오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