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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변 Oct 26. 2016

온라인 명예훼손 2: 가해자인 경우

SNS 상 사실적시 및 허위사실적시명예훼손, 모욕의 가해자를 위하여

사이버 공간에서의 다툼은 늘 많았습니다. 그러나 최근 특히 익명 가입과 탈회가 쉬운 SNS 이용자가 늘어나면서, SNS를 통한 명예훼손과 모욕 문제가 자주 발생하고 있습니다. 여기저기에서 고소니 신고니 하는 말이 툭하면 튀어나오고, 이렇게 하면 고소를 피할 수 있다거나 이렇게 하면 고소가 된다거나 하는 말들도 매우 많습니다. 그중에는 올바르고 유용한 정보가 많이 있습니다만, 저도 매우 많은 문의전화를 받고 상담을 하는 입장이라 피해자와 피의자(가해자) 각각을 위하여 글을 하나씩 쓰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이 글은 포털 사이트가 아니라, 익명성이 어느 정도 보장되는 트위터와 같은 SNS 및 인터넷 게시판 사용자를 위한 것입니다.



1. 피해자나 수사기관의 연락을 받았다면, 즉각 대응책을 마련하세요.

피해자와 달리, 가해자는 수사기관으로부터, 혹은 가해자를 오프라인에서 알고 있는 피해자로부터 이미 연락을 받았다면 형사절차의 당사자가 된 상태입니다. 피의자, 피고소인 등의 법적 지위에 놓이고, 형사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법적 절차에 돌입한 것입니다. 피해자는 피해사실에 대한 대응을 고민하고 결정할 선택권이 있지만, 가해자는 피해자나 수사기관의 연락을 받은 순간, 이미 자신이 형사절차에 편입된 상태라는 점을 이해해야 합니다. 피해자가 나를 어떻게 찾아냈는지, 내가 익명이었는데...같은 생각은 더 이상 중요하지 않습니다.


피해자가 형사고소 등을 예고하였는데 아직 수사기관의 연락은 받지 않았다면 조속히 전문가의 조언을 받으세요. 만약 수사기관으로부터 조사를 받으러 오라는 연락을 받았다면, 바로 출석할 필요는 없으니 시간을 조금 달라고 하고 전문가를 찾아가세요. 가해자는 형사절차의 가장 중요한 당사자이지만 주도권이 크지 않은 처지라는 점을 명확히 인식하고, 자신의 가해행위를 판단해 줄 전문가를 찾아가야 합니다. 


온라인 명훼는 매우 쉽게 발생하지만 범죄 중 중범죄는 아닙니다.  따라서 전문가들에게도 우선순위가 높거나 급한 일은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빨리' 구할 수 있는 정보를 찾을 필요가 높지 않고 그런 기회도 많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정확한' 정보를 구해야 하고, 가능한 복수의 전문가를 만나 보는 편이 좋습니다.



2. 정황을 잘 기억해 보고 설명할 말을 찾으세요.

이미 어떤 식으로든 형사절차가 개시될 것 같다면, 가해행위의 존재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남이 쓴 글인데 자신이 쓴 글로 오해받은 게 아니라면, 내 가해행위를 축소하거나 임의로 판단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돌이켜 보고, 그때 왜 그런 글을 썼는지, 어떻게 나의 행위를 설명할 수 있는지를 잘 생각해 보세요. 가장 납득가능한 설명을 찾거나 만드세요. 다행히 당시 정황을 내 입장에서 설명할 수 있는 기록이 남아 있다면, 잘 찾아 저장하세요.


형사절차에는 몇 달의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내가 온라인 상에 글을 쓰고 한참이 지나 수사기관 등으로부터 연락을 받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내가 했던 일이 무엇인지, 왜 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기억해 내세요. 경찰서에 가면 더 생각이 안 납니다.


피해자나 가해자나 전문가가 필요하지만, 특히 가해자는 전문가의 조력이 꼭 필요합니다.


3. 무혐의를 주장할 것인지, 선처를 구할 것인지 결정하세요.

모든 형사절차의 피의자/피고인은 크게 두 길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됩니다. 무죄를 주장하거나, 유죄를 인정하되 선처를 구하는 것입니다. 이중 나의 입장이 어느 쪽인지 판단해 보세요.


내가 쓴 글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은 아니거나, 공익성이 있거나, 모욕적이지는 않다고 생각이 될 수도 있습니다. 여러 정황과 그런 글을 쓴 이유를 따져보면 국가로부터 형사처벌을 받을 정도의 일은 아닐 수도 있습니다. 이런 판단이 서서 나는 잘못하지 않았다(혐의없음)를 주장할 생각이라면, 가능하면 수사단계에서 불기소로 종결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스스로 생각해 보아도 무혐의 처분을 받을 여지가 없거나, 그런 주장을 하기가 힘들다는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내가 글을 쓰기는 했지만 잘못은 하지 않았다고(혐의 부인) 주장할 경우 수사절차가 지난해지는데, 이미 작성한 글의 내용을 볼 때 억울하고 이유가 있었기는 하지만 수사절차를 길게 거치며 거듭해서 조사를 받을 엄두가 나지 않을 수가 있습니다. 전과가 좀 있어도 무방하니 그냥 빨리 끝나기를 바랄 수도 있고요. 이런저런 이유에서 잘못을 인정한다면, 빨리 인정하고 선처를 구하세요.


즉, 혐의없음을 주장하고자 한다면 수사단계에서 사건이 불기소로 종결될 수 있도록 수사절차에서 내 행동의 정당성을 설명하고 내 잘못이 국가가 처벌할 일이 아니라는 점을 어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조금 전투적(?)인 태도가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반면 그건 어렵고 그저 최대한 가벼운 벌을 받고자 한다면 피해자에 대한 진심어린 사과, 부양가족, 보호자, 자신이 쓴 반성문 제출, 경찰에 협조적 태도 등이 더 나은 전략입니다.


중간에 방향을 바꾸기보다는, 처음에 둘 중 하나의 길을 정하고 일관성 있게 가는 편이 좋습니다.



4. 장기간이 소요되고, 여러 번 출석해야 할 수 있습니다.

온라인 명훼 등의 피해자 조사는 보통 1회로 그치지만, 가해자에 대한 조사는 여러 번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특히 혐의없음을 주장한다면 경찰 조사 후 검찰 조사도 받게 될 수 있습니다. 온라인 명훼 등으로 벌금형 이상을 받는 일은 매우 드물지만, 약식명령으로 벌금형을 받은 후 정식재판청구로 법원까지 가는 일도 있을 수 있습니다.


형사절차의 절차적 부담은 피해자보다 가해자에게 훨씬 더 큽니다. 그러니 가해자 입장이 되었다면 나의 주장이 어떻든 아무리 짧아도 4개월, 길면 1년 이상 소요될 수 있다는 점을 알고, 차분히 절차에 진입하세요. 출석의무가 있고 출석통지를 받았는데도 특별한 이유 없이 출석하지 않으면 최악의 경우 수배영장이 발부되어 구속될 수 있습니다. 가해자(피고소인/피의자/피고인)로 형사절차의 당사자가 되었다면, 절차가 끝날 때까지 마음대로 도망칠 수 없습니다. 각오를 단단히 하는 한편, 일상을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세요.


5. 피해자와의 합의 등 대안적 해결을 고려하세요.

가해자 입장에서 내가 무혐의 처분이나 혹은 무죄 판결을 받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범죄경력이 남습니다. 이는 큰 짐이고, 상당한 부담입니다. 그러니 형사조정절차 등 피해자와 합의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긍정적으로 고려해 보세요. 최근 수사기관은 대안적 분쟁해결의 기회를 주는 경향이 있습니다. 억울함을 끝까지 다툴 경우의 실익과 원만한 마무리의 실익을 잘 가늠해 보고 판단하시되, 기회가 오면 가해자 입장에서는 대체로 일단 조정에 응해 보는 것이 손해는 아닙니다. 피해자의 처벌의사가 강경할 경우 형사조정 등의 대안적 기회 자체가 없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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