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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캐나다로 떠난 벨라 Oct 23. 2023

생각지 못했던 고통의 긴터널을 마주하다

퇴사 2개월차, 대학원 2개월차

2022년 8월에는 파키스탄 국가의 1/3를 대홍수가 덮쳤다. 2023년에는 튀르키예/시리아에 대지진이 일어나 많은 환자와 기후위기시대 희생자가 생겼다. 원인 제공자와 피해자는 다른 이 시대를 막기 위해 사명감을 갖고 오늘도 환경을 지키기 위해 달리는 사람들이 많다. 그 중에 나도 한 명이었고 전 직장이었던 국경없는의사회를 퇴사하고 환자를 치료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환자가 생기지 않도록 방지하기 위해 환경쪽으로의 커리어를 조금 비틀어 다시 시작하기로 결심했다.


생각해보면 그 때는 아무것도 몰랐던 거 같다. 환경 관련된 기업이나 직업과 직무에 대해 전무하여 무작정 전문성을 쌓고 환경 관련 대학원에 지원했고 운이 좋게 합격했다. 2023년 8월 31일 퇴사를 하고 바로 다음날, 9월 1일에 학교에 첫등교를 했다. 그 때만 해도 내 결정이 맞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학교에서는 내가 생각했던 방향과 다르게 영어로 된 논문을 하루에도 몇 개를 읽어야 했고 여러 다양한 이론을 공부하고 경영학적, 통계학적 지식을 요구했다. 생각보다 아카데믹 했고 이 대학원에 다니는 것이 당장 내가 환경을 위해 크게 무엇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무엇이든 '빨리, 빨리'인 성격탓에 마케터가 잘 맞을지도 모르겠다. 사실 나는 지금도 내가 대학원에서 작성할 미래 논문 한 편이 세상을 크게 바꾸는 데 도움이 안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학계는 나의 예상대로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와 대비해 다소 느리게 대응했다.


2개월, 60일, 720시간 동안 생각보다 어둠의 길고 끝이 보이지 않는 고통의 터널을 지나는 시간을 보냈다. 내가 한 선택이 맞았는지 엄청 고뇌를 했고 그대로 답이 나지 않아 매일밤 우울하게 보냈던 거 같다. 특히 엊그제는 집에 가는 버스의 맨 뒷자리에서 눈물이 하염없이 주룩주룩 흐르기도 했다. 회사를 다니다가 안 나가다보니 규칙적인 생활의 패턴은 사라졌고 집에 누워있기 일수였고 늦게 일어나는 날에는 나 스스로를 자책하는 시간으로 반복되는 삶을 보냈다. 풀타임 학생도 파트타임 학생도 아닌 그 '애매함'이 나를 더 옥죄어왔다. 아는 건 별로 없어서 풀타임 학생들처럼 공부를 열심히하고 연구실에 매진하거나 잘나지도 않고 그렇다고 해서 일을 하는 직장인분들처럼 일을 하지는 않고 있었다. 이런 생활이 반복되다보니 평소에 넘치던 자신감과 자존감은 계속해서 떨어져만 갔다.


"과연 환경 대학원에 온 나의 결정이 맞았을까?"

"환경을 위한 다는 마음이 생각보다 작았던 거 아닐까?"

"환경 관련 회사에 다니기 위한 필수조건이 꼭 대학원 입학은 아니지 않았나?"


끈임없이 자기검열과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다 우연히 환경 관련 회사의 마케터의 면접 기회가 왔고 이내 합격을 해서 다음달이면 출근할 수 있게 되었다. 근데 이상한 것이 기쁘지 않았다. 나는 또 다른 경우의 수와 보기 좋은 떡들과 기회들을 놓칠까봐 걱정을 했고 최선의 선택이 아니면 어떡하지 고뇌를 했다. 그 사이에 많은 기회가 왔지만 나는 그 수많은 기회들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고 그 어느 선택도 할 수 없는 딜레마의 상황에 놓여 고통받는 나를 마주하게 되었다.


"수연아, 너도 참 힘들겠다."


전직장을 퇴사할 때는 생각보다 미래 커리어 방향성이 간단했다. 내가 마케팅을 해도 환경 관련된 회사에서 하겠다는 마음 혹은 마케팅을 그만두고 이제는 연구원처럼 다른 직무를 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어떻게 보면 변명이었을지도 있다. 지금 힘듦을 피하기 위한. 그래서 끈임없이 나에게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잘하는지, 하고싶은지 솔직하게 다시 물어봤다.


"지금, 뭐가 두려운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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