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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yaMya Apr 29. 2022

그리고 너는, 그리고 나는

에필로그 1

너의 이야기를 쓰지 않기로 다짐한 스스로가 대견했어.

그동안 너를 글에 담아 둔 스스로가 기특했고, 이제는 너와 나를 서로에게도 조금 풀어주기로 결정한 자신이 멋있다는 생각도 했지.

하지만, 너를 비우니 이내 글이 비어버렸어. 

너를 통해 느끼고, 너를 통해 세상을 봐왔던 나는 막상 너를 비우려니 무엇을 왜 써야 하는지 알 수 없었어.

글을 쓰는 걸 좋아한다고 생각했지만, 실은 너를 떠올리고, 너를 되새기고, 너를 기록하는 것을 좋아했던 거였어.

텅 빈 스크린을 멍하니 바라보기도 하고, 노려보기도 하고, 이마에 힘을 주고 골똘히 쳐다보기도 했지만, 도무지 네가 아닌 이야기가 떠오르지 않았어.


지금도 많이 달라지진 않았어.

그 사이 네 세상은 내 품보다 훨씬 커졌고, 그 세상에 내 자리는 점점 좁아지는 것을 조금씩 뒷걸음질 치며 바라보고 있을 뿐 나는 내 눈을 너 아닌 다른 곳으로 돌리는 법을 아직 배우지 못했어.

네 세상이 넓어지는 것만큼 내 세상도 넓어질 줄 알았는데, 내 세상에는 아직도 네가 가득할 뿐이야.


"엄마가 혼자 돌아갈 때, 나는 슬픈 마음이 들어. 그래서 이제 학교는 나 혼자 갈게."

하루도 빠지지 않고 같이 하던 등굣길을 혼자 나서며 네가 내게 말했어.

내 뒷모습에서 쓸쓸함을 볼 만큼 자라 버린 내 딸. 

나는 네 세상의 밖에서 까치발을 들고 두 손을 모은 채 간절한 심정으로 너를 지켜보고, 너는 가끔 그런 내 뒷모습에서 쓸쓸함을 느끼는, 우리는 어느새 그런 엄마와 딸이 되었구나.


너로 꽉 채워진 나는 아무래도 너를 비우기는 글러버렸어. 도무지 너를 비우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아.

이제 너를 채운채로 내 세상을 살아가는 법을 배울게.

뒷모습도 명랑한 엄마가 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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