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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yaMya May 18. 2022

상트페테르부르크, 검열

독립 언론 "종이" (Бумага) 5월 11일

5호 담당제라는 게 실제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반공 교육을 받던 시절에는 그 무시무시한 이름이 동화책에도 등장하고 그랬었다. 아무도 믿으면 안 되는 세상이라니, 제 집에서도 말조심을 해야 하는 세상이라니, 정말 그런 곳은 얼마나 끔찍할까 하는 상상을 했었다. 그런데 러시아에서는 담당이 없어도 이웃을 국가 반역으로 신고하고 고발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모양이다.

푸틴이 대통령이 되고 이듬해 NTV라는 민영 방송을 사실 상 국영화할 때도, 소련 국가를 개사해 다시 국가로 제정했을 때에도 지금의 러시아를 상상하지 못했다. 이미 파도처럼 떠밀려온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과 그보다 강력하게 자리 잡은 자본주의는 비록 한 발 후퇴하더라도 독재, 전체주의로 회귀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믿었다. 왜 그렇게 믿었을까?

러시아는 언제부터 선전이 의식을 사로잡은 사회. 이웃을 고발하는 사회. 증오가 넘치는 사회가 되었을까?

모든 것이 독재자 때문이라면, 도대체 그 독재자는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떤 양분을 빨아들이며 성장하는 것일까? 



경찰이 반전 음악의 근원지를 찾기 위해 아파트의 발코니를 기어오르는 영상이 인터넷에 등장했다. 영상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촬영된 것으로 추정된다.

동영상 촬영자는 5월 9일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한 주민은 러시아 군인들이 우크라이나에서 벌이고 있는 만행에 대한 방송과 비소츠키의 노래를 크게 틀었다고 한다. 즉시 현장에 도착한 경찰은 발코니로 넘어 들어 간 후 문을 발로 걷어찼다고 전한다. 같은 아파트의 한 주민은 발코니에 들어선 경찰에게 그 집에 “거대한 여자”가 살고 있다고 경고했고, 아래서 대기 중이던 경찰은 발코니의 동료에게 가스총을 소지했는지 묻는다. 해당 영상은 한 독자의 제보로 인해 독립언론 “Perm 36.6”에 의해 공개되었다. 

사건은 전형적인 흐루숍카 아파트에서 벌어졌으며, 경찰차량에 상트페테르부르크를 지칭하는 “78”이라는 번호가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상트페테르부르크 지역 독립 언론 "종이" (Бумага) 5월 11일 FACEBOOK 게시물


https://fb.watch/d4FNdowE_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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