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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yaMya Jan 17. 2019

hvad betyder det? 그게 무슨 말이야?!!

덴마크어를 향해 가는 길은 험난하기 그지없더라....


덴마크어. 

언어 배우는 긴 여행을 다니는 삶을 꿈꾸었다.

결과가 유창하지는 못하더라도 언어를 배우면서 만나는 장소는 언어를 모르는 채 만나는 장소보다는 입체적으로 다가온다는 것을 경험한 후 부터이다.

그건 그냥 꿈이었다. 그냥 여행 다니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닌데, 언어를 배우는 긴 여행은 당연히 아름다운 꿈에 머물렀다.


이태리어가, 아마도 현지에서 배우는 언어의 마지막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언젠가 게으름이 감소되는 날, 스페인어를 쉬엄쉬엄 혼자 공부해 볼까? 이런 뜬구름을 가끔 잡았을 뿐이다.


그런데, 여기는 덴마크다.

덴마크어에 대해서, 1도 몰랐는데 어느새 여길 와있다.

독일어를 닮았다고도 하고, 가까운 스웨덴, 노르웨이어와 가깝다고 하는 이 덴마크어는, 상상하고 어림잡았던 것보다 훨씬 경이롭다. 

자그마치 자음이 20가지, 모음이 20가지라고 하는 이 생경한 언어는 단어가 어디서 시작해서 어디서 끝나는지 가늠이 불가능하고, 들어 유추한 의미가 들어맞는 일이 하나도 없다.

얼마 전 친구와 대화 중에 친구가 물었다.

덴마크어는 어떠나고, 언어 배우는 게 꿈이라더니, 꿈을 이루어가는 기분이 어떠나고..

"그게 말이지. 자, 네가 언어 배우고 싶다고 했겠다. 그렇다면 이 언어는 어때? 그래도 배우고 싶다는 말이 나올까? 뭐... 그런 소릴 듣는 느낌이야."

진심이다.

덴마크어의 실태를 알았더라면, 그런 꿈은 꾸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어떤 사람은 덴마크어가 물개 소리를 닮았다고도 하고, 어떤 사람은 뜨거운 감자를 입에 물고 말을 하는 것 같다고도 하는 이 놀라운 언어 앞에서 나는 한 없이 작아지고 작아지는 중이다. 소싯적 언어 좀 배워봤다는 이력은, 가슴속에만 담아두고, 겸허하고 겸허하게 언어 학원을 다니는 중이다.


다행인 것은 학원에는 이런저런 삶의 연유로 단기 혹은 장기 체류 중인 상황이 비슷한 외국인 친구들이 모여있다는 것이다. 학업을 위해 언어를 배울 때처럼 치열할 것도 없고, 그저 성실히 출석을 하며, 상대의 실수나 좌절을 함께 공감하는 훈훈한 분위기다. 


일주일에 두 번 3개월 정도 다녔지만, 이해력도 말하는 능력도 뭐 하나 상승되지 않는 기분이다.

안 그래도 참을성이 말라버린 초기 갱년기 40대인데, 물개 소리 닮은 덴마크어 때문에 울화가 치미는 경험을 몇 번 했다.


다짐해야 할 것은 열공!이었겠지만, 나를 위해, 총체적 relax를 다짐했다. 천천히 가자. 암기되지 않는 단어와, 공식이 그려지지 않은 발음은 하루아침에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차근차근, 전진과 후퇴를 느리게 반복하다 보면, 언젠가는 나도 덴마크어로 동네 사람들과 안부 인사 정도는 주고받게 되겠지. 즐겁게 공부하는 법을 모르는 나는, 덴마크어 완전 정복보다는 즐겁게 공부하는 법을 습득하는 것으로 목표를 우회 함으로 울화도 힘도 좀 빼기로 했다. 


그런가 하면. 시아는.

덴마크가 마음에 들지 않고, 덴마크어도 어렵다고 투덜거리지만,

코펜하겐의 가랑비에 옷 젖듯이, 덴마크어에 서서히 젖는다.


어려운 언어이고, 시아는 아직 마음으로 덴마크를 승인하지 않았고, 학교에 마음에 딱 맞는 친구도 없으니, 시아를 서두르지 않았다. 잘은 모르지만 시아가 다니는 학교 분위기도 학업보다는 놀이, 그것도 비 오고 눈 와도 밖에서 막 뒹구는 놀이에 치중을 두는 것 같으니, 분위기 따라 서서히 편안하고 느긋하게 기다리기로 했다.



얼마 전 학교에서 어린이 건강검진을 하러 오라고 해서 다녀왔다.

아침, 점심, 저녁에는 주로 무얼 먹는지, 잠은 몇 시에 자는지, 밖에서 몇 시간 노는지, 집에서는 뭐하고 노는지, 누구랑 노는지, 친구는 몇 명인지, 남자 친구가 많은지 여자 친구가 많은지, 학교에서 어떤 시간이 제일 재밌는지, 하루에 기분이 제일 좋은 시간은 언제인지, 아침에 일어났을 때 느낌이 어떤지 같은 걸 묻는 설문지에 시아와 같이 답을 해서 미리 제출했다.

우리나라로 치면 신체검사와 비슷한 것 같은데 그 걸 다 같이 하는 게 아니라 아이들을 하나씩 불러 개별적으로 하는 모양이다.

학교 간호원 - 양호 선생님이신 듯하다, 그리고 상담 선생님, 이렇게 두 분이 기다리고 계시는 양호실에 들어가서 같이 설문지에 대해 얘기하고, 키를 재고, 몸무게를 재고, 시력, 청력 검사를 하고, 공을 던지고 받고, 뛰는 등의 활동 테스트를 했다.

선생님들은 덴마크어로 한번, 영어로 한번 친절하게 질문을 하고 설명을 해주셨는데,

시아가 나보다 먼저 덴마크어를 알아듣고 대답을 했다.

시아가 간간히 덴마크어를 하거나 학교에서 배우는 노래를 부르는 걸 듣기는 했지만, 누군가와 대화를 하는 건 본 건 처음이다.

대단히 유창한 실력은 아니었지만, 모르겠으면 다시 묻고, 웃기도 하고, 학교에서는 쉬는 시간이 제일 좋고, 당근을 싫어하고, 초콜릿을 아주 좋아한다고 당당하고 자신 있게 대답하기도 했다.

자세도 많이 느긋해 보였고, 하고 싶은 얘기도 많아서 제가 다 설명할 수 없는 얘기를 할 때는 나더러 영어로 통역을 해달라고 부탁을 하기도 했다. 


신체검사를 하러 가서 편안한 얼굴을 하고 더듬더듬 덴마크어로 대화를 나누며 웃는 시아를 보게 될 줄은 몰랐다.

그 어려운 말을 배우기로 마음먹고, 그 말에 익숙해지고, 다시 사람들과 대화하고 싶어 진 시아를 보고 나서야, 서두르지 않았거나, 평온했던 게 아니라, 사실은 시아가 맞서게 될  어려움들을 마주하기 두려워 고개를 돌리고 있었던 내 속 마음도 발견했다.

엄마가 고개를 돌리고, 시아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는 핑계를 만들어서 학교에서 뭘 배우는지, 학교 생활은 어떤지, 덴마크어는 좀 어떤지 마음 써 주지 않는 동안 시아는 또 한 번 훌쩍 커버렸다.




"엄마, 학교에서 수영하러 간대. 방과 후 하는 애들 중에 몇 명이 가더라. 그래서 내가 어떻게 해야 갈 수 있는지 물어보니까 엄마가 선생님한테 전화해서 시아가 수영한다고 얘기해야 한대. 그다음에 택시 회사에도 전화해서 내가 수영 가는 날은 좀 더 늦게 끝나니까 늦게 데리러 오라고 얘기해 줘야 한대."

"그래?"

"그걸 누가 얘기해줬어?"

"선생님이. 내가 물어봤지. 나도 수영하고 싶다고."


덴마크어를 조금 알아듣는 시아는 덴마크 학교 사정을 잘 모르는 엄마를 기다리기보다 스스로 제 앞가림을 하기로 한 모양이다. 

나는 시아가 시키는 대로 교내 방과 후 담당 선생님께 연락을 하고, 택시 회사에 연락을 했다.

시아는 선생님이 알려주신 대로 준비물을 챙겨 학교에 갔다.


고만한 나이에 새로운 나라에서 살게 되는 아이들이라면 누구나 경험하는 과정이겠지만 나에게는 하나뿐인 시아를 통해 경험하는 한 번뿐인 경험이다. 

대견하고 대단하다.

"시아는 언제 그렇게 덴마크 말을 배웠어? 이제는 하고 싶은 얘기도 하고, 많이 알아듣고 그런가 봐. 멋지다."

"학교에 맨날 가니까 그렇지."

"이제 좀 어때? 덴마크어 재밌어?"

"아니, 재미는 없지. 그런데 그냥 배우게 되는 거지. 친구들이랑 얘기도 해야 되고, 택시 타고 올 때 아저씨랑도 얘기해야 되고..."

"엄마 아빠는 학원에서 덴마크어만 따로 배우고, 시아는 학교에서 노는 시간이 많으니까, 엄마 아빠가 조금 빨리 배울 줄 알았는데, 시아가 더 금방 배우겠다."

"그렇겠지. 내가 기억력도 더 좋고.. 

 "엄마 내가 덴마크 말로 말해볼게. 엄마도 덴마크 말로 대답해봐."

"그래!"


하우 아유? 아임 파인 같은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서로를 기특해하다,


"Vi bor I lejlighed" 우리는 아파트에 살아. 하고 학원에서 새로 배운 문장을 선보이자

"hvad betyder det?" 그게 무슨 말이야?!!라고 물었다. 

옳거니 이건 시아가 아직 모르는 모양이다. 다시 한번 천천히 발음을 해 주었다.

역시 돌아온 대답은

"hvad betyder det?" 그게 무슨 말이야?!!  

"우리는 아파트에 산다는 말이지. 시아는 아직 몰랐구나"

"아... 그건 이렇게 말해야지 vi bor I lejlighed!"


시아가 입에 뜨거운 감자가 있는 것처럼, 물개처럼 나에게 무한을 주고 있다.

"엄마, 내가 가르쳐 줄게. 나 따라 해."


시아는 놀아서 덴마크어가 늘었는데, 나는 relax했더니 덴마크어 실력도 relax 중이다.  공평한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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