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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yaMya May 31. 2018

Bruges, Gand 어디가 더 좋으나면...

브뤼셀에서 기차를 타고 40분쯤 가면 Gand, 1시간 10분쯤 가면 Bruges에 도착한다.

'어디로 가면 좋을까?'를 두고 고민을 하지는 않았다.

두 도시 다 아름답다고들 하고, 두 도시 다 우리는 잘 모른다. 그러니 어디든 괜찮다.

기차표를 사면서 Bruges까지 다녀 오는 왕복 표를 사면 24시간 동안 해당 구간안에서 원하는 만큼 기차를 이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럼 Bruges에 가자. 가서 실컷 놀았는데 시간도 남고 기운도 남으면 Gand에 들러보자."

그렇게 간단하고 즉흥적인 계획을 세우고 기차를 탔다.



하늘은 오늘 비온다고 시커멓게 경고를 했지만, 놀러 다니는 사람들은 비가 와도 놀아야 하는 것이다.

밀라노에서 보다 옷을 3배쯤 더 많이 입고 우산도 챙겼다.

기차는 금새 브뤼셀을 지나 넓은 들을 따라 달렸다. 이태리의 농경지와 많이 다르진 않다. 다만, 집집마다 말이 있다. 말! 

시골 집 마당에 개, 닭 말고 말이 한 마리 두마리씩 유유히 풀을 뜯고 있다.

아주 아주 새로운 풍경이다.

왜 다들 말을 키울까? 타고 다니는 걸까?

아이들 학교에 말을 타고 데려다 주는 걸까?

그런 농담 같은 질문을 하는 사이에 비는 오다 멈추다를 계속했다.



Bruges 기차역에 내려서 사람들이 다들 향하는 쪽을 향해 길을 건너니 금새 기념 옆서에 나올 법한 풍경이 펼쳐진다.

흔히 Bruges를 벨기에의 베니스라고 소개하는데, 물이 흐르고 다리가 많다는 것 말고는 Bruges에서 베니스를 느낄 수는 없었다. 

바다 위에 바다를 품고 지어진 베니스와는 전혀 다르다. 규모도 훨씬 작다.

Bruges는 베니스의 닮은 점을 찾지는 못했지만, Bruges는 베니스와는 아주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는 도시이다.  놀랄 만큼 아름다웠다.

지붕이 뾰족 뾰족한 오래된 집들, 지붕위로 귀엽게 올라와 있는 다락방 창문. 잘 다듬어진 돌길. 한 걸음에도 건널수 있을 것 같은 작은 다리들. 중세를 그대로 재현하는 성당들과 시청광장.

비가 내려서 그런지 거리가 한산하다. 인기척이 없는 오래된 돌길을 따라 반듯하고 정갈한 건물들 사이를 걷고 있자니 어딘가 세상이 아닌 곳에 있는 듯한 기분마저 들었다.

영화의 세트장, 오페라의 무대 장치 사이를 걷는 것 같은..

비가 오는 것은 일곱살이 즐겁게 뛰지 못할 이유가 되지 못한다.

우산을 쓰는둥 마는둥 일곱살은 비에 젖어 반짝 거리는 돌길 위를 철퍽 철퍽 소리나게 뛰어다녔다.

그림이 절로 잘 그려지고, 아무나 조각을 할 수 있을 것 같은 아름다운 도시에서는 비를 좀 맞으며 뛰어도 괜찮을 것 같다.

Bruges는 중세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는 도시라기 보다, 여전히 중세를 살고 있는 도시 같은 느낌이다.


비 맞은 베긴회 수녀원, 자그마치 13세기 건축물들로 둘러쌓인 마르크트 광장, 예수님의 피를 모셨다는 성혈 예배당을 구경했다.

"지붕색이 예쁘네. 저 지붕은 누가 올라가서 색칠했을까?"

이태리에서 우리가 보던 성당과 Bruges의 성당은 이래 저래 다르다. 지붕색이 건물 색과 다른 것도 그렇고, 계단 모양으로 처리되는 지붕선도 그렇고, 빼꼼히 고개를 내밀고 있는 다락방 창문도 그렇다.

비가 그치고 나니 어디선가 비를 피하던 관광객들이 금새 거리를 가득 채웠다. 

우리가 비를 맞으며 일곱살답게 깔깔거리는 동안 모두들 어디선가 유명한 벨기에 맥주를 한잔씩 하고 있었겠지. 

우리 부부는 다음 언제쯤엔 우리도 그런 여행을 한번 해보면 좋겠다고 시아 몰래 눈을 찡긋거리며 작당을 했다.

신비로운 도시를 빠져 나오는 길에 참 예쁜 갤러리가 있어 들어가 보았다.

이 도시에 참 잘 어울리는 동화같은 작품들이다.

만화를 잘 그린다는 벨기에 사람들의 작품과 정서에는 묘하게 귀여운 유머 같은게 흐르는 것 같다.




브뤼셀로 돌아가는 길에 잠시 Gand에 들려도 될 것 같다.

적당하게 고단하지만, 비를 맞아 젖은 옷이 아직 다 마르지도 않았지만, 일곱살이 하라는 대로 달콤한 초콜렛을 충분히 먹고 기력을 회복했다.


Gand는 큰 도시다. 마차가 왔다 갔다하는 Bruges를 금방 빠져나온 나는 여러 노선의 트램 레일이 조금 어지럽기까지 했다. 

바람이 조금 불긴 했지만 Gand의 하늘은 맑다. 

기차역에서 얻은 지도에 랜드 마크가 집중된 곳을 손가락으로 짚어 보았다.

여기쯤 가면 되겠다.

지방 분권이 아주 잘 실현된다는 벨기에는 지역 마다 버스표 사는 방법도 다르다. 브뤼셀에서 보던 것과는 전혀 다른 모양의 무인 매표기 앞에서 조금 당황했다. 30분 가면 도착하는 도시 Bruges에서는 불어가 들렸는데, Gand에서는 플라망어가 들린다.

나는 이런 차이가 낯설고 당황스러운데, 막상 벨기에 사람들에게 강력한 지방 자치제와 언어의 차이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같은 다국어 국가인 스위스에서는 이런 강하고 의도적인 단절을 느끼지 못했다. 내가 스위스를 대강 봐서 그런걸까?벨기에가 특별한걸까?

행정적으로 한 국가이긴 하지만, 실상은 같이 있는게 마땅치 않은 많은 작은 나라들의 모임 같다.

플랑드르 지역은 독립을 추진했고, 여전히 독립을 바라고 있다는 말을 들었는데 와서 보니 크게 이상할 것도 없는 것 같다.

독립의 득실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지만, 독립을 바라는 마음에 감정적으로는 고개가 끄덕여진다.



플랑드르 백작의 성 근처에서 부터 걸어 성 미힐교회를 지나 종탑이 있는 중앙 광장을 둘러 봤다.

성도 성당도 종탑도 모두 대단히 멋있었지만, Lys 강변에 나란히 늘어선 알록 달록한 집들이 만들어내는 풍경이 참 예뻤다. 

어쩌자고 유럽 사람들은 이렇게 예쁜 집을 물가에 지어 사진으로 보면 황홀한 풍경을 만들어 두었을까?

바닷가에 호숫가에 강변에 독특한 색감의 집을 지어두고 지구 반대편 사람들을 홀리고 나 같은 사람은 볼때 마다 입을 못 다물고 감동하게 만든다.




Bruges의 운하보다 시원하게 넓은 Gand의 물 길이 더 좋았지만, 동화책의 삽화 같은 Bruges의 골목은 Gand의 번화한 거리보다 좋았다.

두 도시의 와플과 초콜렛은 똑 같이 맛있었다.

두 도시 여행을 동행했던 황가수와 시아의 계속되는 애정행각은 한결같이 달콤했고 빈번한 사랑싸움은 매번 더더욱 치열했다.

매마르고 퍽퍽한 아줌마에게서도 로맨틱한 감성을 용케 찾아주는 아름다운 Bruges와 Gand에서 나는 남편을 어린 여자에게 홀딱 빼앗겨 신행 따라다니는 사진사 마냥 부지런히 두 사람의 모습을 담았을 뿐이다.


그러니까, 우리에게 Bruges와 Gand는 똑 같이 아름다운 그곳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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