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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yaMya Dec 14. 2020

격리

아이 학교에 확진자가 나왔다고 했다. 

아이는 코로나 테스트 음성 결과가 나올 때까지 학교에 등교할 수 없게 되었다.

아이는 아무 증상도 없었고, 황가수는 극장에서 이틀 전에 받은 검사에 대해 음성 결과를 받았기 때문에 우리는 아무 걱정도 하지 않았다. 

학교에 제출할 당연한 음성 결과를 기대하며 세 가족이 나들이 나가는 기분으로 시내에 검사를 받으러 다녀왔다.

어차피 다 같이 나섰으니 나도 한번 검사를 받아보기로 했다.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아무런 근심도 의심도 없이 Netflix 통해 영화를 보며 낄낄 거리면서 갑작스러운 방학을 즐겼다.

이틀이 지나고 결과를 확인했다.

아이 - 음성

남편 - 음성

나 - 양성

나?! 양성?! 

노트북을 끌어안고 아이방으로 들어와 문을 꼭 닫았다.

어디서 어떻게 전염이 된 건지 전혀 짐작이 가지 않는다.

지하철을 타고 어학원을 다녔으니 그러는 동안 어딘가에서..라고 짐작할 뿐이다. 

그래도 아이가 음성이고 남편이 음성이니 다행이다.

그리고 나는 아무 증상도 없으니 그것도 다행이다.

지침에 따라 보건부 코로나 핫라인으로 바로 전화를 걸었다.

집에서 격리가 가능한지를 확인하기 위해 방이 따로 있는지, 집 크기는 어느 정도 인지, 가족은 몇 명인지와 같은 질문을 했다. 상담원은 우리 집에서  격리가 가능하다고 판단했고, 집에서 격리할 때 유의해야 하는 사항들을 설명했다. 

방 안에서 나가지 말고, 음식은 남편이 준비해서 문 앞에 두면 들여다 방에서 먹고, 화장실 갈 때는 가족들이 멀리 떨어져 있을 때 마스크를 쓰고 가고, 화장실을 사용한 이후에는 소독을 하라고 했다. 밀접 접촉자인 남편과 아이도 역시 격리 대상이 되었고, 두 사람은 앞으로 2번 코로나 검사를 하고 음성이 나오면 격리를 해제해도 좋다고 했다.

양성인 나는 증상이 없는 상태로 일주일, 증상이 생기면 증상이 모두 사라진 후 48시간이 지나면 격리 해제가 가능하다고 했다. 

6천만 명이 걸렸고, 아이 친구도 걸렸고, 남편 직장 동료도 걸렸으니 내가 걸려도 이상할 것이 없다고 생각했지만, 또 한편으로는 나와는 상관이 없을 것 같았던 그 전염병이 나에게도 찾아왔다 

증상이 없다.... 고 생각했지만 돌아보니, 어제 그제 두통이 좀 있었다.

해라는 것을 보기 힘든 어두침침한 덴마크의 겨울에는 두통이 언제 찾아와도 이상할 것이 하나도 없었기에 두통약 한 알을 먹었을 뿐 두통 너머에 무엇이 있으리라고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아이의 인형이 가득한 방에 종일 격리 중이다.

하루가 이렇게나 길다니.

남편과 아이는 이것저것 먹을 것을 문 앞에 가져다주고, 내 상태를 물어본다.

나는 그야말로 아무렇지도 않지만, 그야말로 마음이 무겁다고 대답하지는 못했다.

단 며칠이지만 아이와 남편의 살 냄새를 맡지 못한다는 결핍.

문밖의 살림과 끼니에 대한 이런저런 걱정.

방문밖에 가족이 있지만 이상하게 스미는 외로움.

내일모레 아이와 남편의 검사 결과에 대한 두려움.


남편이 만들어준 파스타 맛은 별로 였고, 저녁에 배달시킨 피자는 맛있었다.

미각 후각도 멀쩡하다는 증거이다.

이렇게 무사히 지나가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벽을 지나 아이와 남편의 목소리가 웅웅 울린다. 

아이가 잠들면 샤워를 하고 욕실을 소독해야지.

오늘이 코로나 며칠째일까?

이 시간은 나를 또 어디로 향하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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