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렉트

여병희 지음

by 세레꼬레

백화점 바이어로서, 패션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그리고 문화와 예술을 아끼는 마음이 고스란히 정갈한 글에 담겨있어서 글을 읽고 나면 기분이 좋아지는 그런 필력을 가지고 계신 분이 이 책의 저자인 yeobang(네이버 아이디)님이다. 본명은 여병희 님인데 롯데백화점에서 바이어로 일하다 최근에 제일모직으로 이직하신 것으로 보이고(개인적 친분이 없기에 유추함), 꽤나 성실하게 유통 관련 정보나 브랜드 소식 등이 업데이트가 잘되어 백화점에서 업무 할 때 참고한 적도 여러 번 있고 해서 개인적 친밀감을 느끼는 분이다. 그분은 나를 모르지만 나는 스스로 그분을 동지의식 가지고 팔로우했다고 말하면 적절한 설명이 되는 것 같다.


yeobang님이 이렇게 책을 출간했다고 블로그에 친히 알려주어, 도서관에서 빌려보게 되었다.

제목은 저자가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한 단어로 축약한듯한 '셀렉트 select'

책은 잘 짜인 블로그 에세이 같은 느낌인데 평소 작가의 관심사항이 작가의 관점과 잘 어울려져서

맛난 비빔밥처럼 아주 물 흐르듯 처음부터 끝까지 연결이 된다.


책 내용을 요약하자면, 앞으로는 개개인의 감성 지능이 중요하게 여겨질 수 있는 시대이며 아름다운 것들을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으로 개인적(?) 풍요를 일구자는 것이다.

브랜드를 좋아하고 패션을 좋아하고, 문화와 예술도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어서 사실 이 책이 금방 읽혔는데 막상 그런 마음이 없다면 이 책은 큰 재미가 없을 수도 있고 너무 가볍게만 느껴질 수도 있는 부분은 분명히 있어 보인다.

브랜드나 트렌드 얘기를 하게 되면 사실 그 주제 자체가 소위 깊은 철학적 뿌리를 지닌 것이 아니라 지극히

상업적인데 약간의 깊이를 가진 철학이 버무려져 있기 때문에 글로써 표현하게 되면 다소 '가벼운' 느낌만

남게 되는 것이다.


사실 패션을 얘기할 때엔 직접 해당 패션 브랜드의 매장에도 방문해 보고 제품도 입어보고 하면서 감을 읽히는 것이지 교과서로 수영을 배우는 것처럼, 관련 글을 본다고 뭔가가 머리에 남는 게 아니기 때문에.


보통 책을 읽는 도중, 인상적인 내용들을 캡처해 놓는데 이 책에선 특별히 인상적인 구절은 없었다.

어쩌면 내가 워낙 저자의 블로그를 자주 들어가서 글을 보기 때문에 익숙해서 그럴 수도 있고,

브랜드보이의 MIX라는 책에서 느꼈던 것처럼 이런 분야를 다루는 글에서는 미용실에서 머리를 하면서

잡지를 읽는 마음으로 책을 읽기 때문에 그냥 어떤 이미지만 머릿속에 가볍게 스치고 지나가니까,

그래서 캡처를 해놓는 것이 없는 것일 수도 있다.


나 역시 이런 종류의 주제에 대해서는 할 말은 많았는데(지금도 많다) 요즘은 개인의 취향을 예전보다 더

존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누군가에게 섣불리 '추천'도 안 하게 되고,

이 색깔이 저 색깔보다 훌륭하지 않냐는 둥의 미학 훈수질(?)도 안 하게 된다.

예전엔 왜 그리도 이 음악이 좋다느니 이 사진이 좋다느니 이 작가가 멋지다느니 그런 말들을 하고 다녔었는지 라는 생각도 하게 되고.


이 책의 작가님이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내가 요즘 그런 모드이기 때문에 나는 이러한 주제로 관련 글을 쓰지는 않지만 그래도 이런 분야의 책들이 출간되어 읽는 것 자체는 행복하다는 생각. 비슷한 관심사이기 때문에.

글로 읽기에 꼭 재미있는 주제는 아닐 수 있지만, 이쪽 세계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공감할 수 있는 부분도 많은 것이니.


하지만 여전히 '브랜드'에 가중치를 많이 두시는 패션피플 특유의 시선은 느껴져서 그건 나랑은 좀 다른 점인 것 같다. 난 패션을 좋아하지만 '브랜드' 자체에 대한 리스펙트는 아주 강하지 않은 편이라서.

'예쁘다!'라고 생각되어 골랐는데 알고 봤더니 좋은 브랜드였던 거지, '이 브랜드'라서 고르는 일은 그렇게

자주 일어나지는 않기 때문에.


그리고 여전히 대형갤러리의 메인을 장식하는 누구나 아는 작가가 아닌,

여전히 안 좋은 재정 상황 때문에 미술을 때려치울까 말까 고민하는 작가의 그림을 발견하고 후원하고픈

그런 마음이 많은 성향을 가진 점이 나이기 때문에 그런 점이 yeobang 님하고는 조금 다른 것 같다.


그의 글들을 보면(이 책뿐만 아니라 블로그 포함) yeobang님은 다소 안정적이면서 우아한 취향을 가지신 분 같거든.


난 좀 더 헤밍웨이 스타일이다. 헤밍웨이는 패션이나 그림 하고는 상관없지만, 야성적이고 본능적이면서도

철학적인 라이프스타일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하니까.

망하더라도 한 끗발이 있었던 예술가에 대한 애정이 있다 보니.


아 그래서 요즘 내 재정상태가 이런 것인가.

갑자기 급 자괴감이 오면서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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