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진 것을 세상이 원하게 하라

최인아 지음

by 세레꼬레

제목만 보고선, 뻔한 내용이겠지 싶어서 별 생각이 없다가

인물 '최인아'에 대해서는 궁금증이 생겨서 결국은 읽게 된 책인데

예상보다 훨씬 깊은 내용에 압도되고 이 인물은 예사 인물이 아님을 느끼게 된 그런 책.


제일기획에 평사원으로 입사하여 부사장까지 역임한,

그것도 광고 회사라 어느 정도 자유롭다고 해도 S그룹 계열사이기에

보수적인 그룹의 시선이 깔려 있는 상태에서 부사장까지 승진했다는 것 자체가 사실 대단한

일인데, 그런 분이 자신의 이름을 걸고 선릉역 인근에 책방을 오픈한 것이 2016년 즈음의 일이다.

새로운 오프라인 콘텐츠에는 늘 각을 세우고 있었기에 2017년쯤 여름에 한번 서점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막상 서점 안의 큐레이션에는 큰 감흥은 못 받았던 기억이 있고,

그냥 그렇게 잊고 살다가 이 책이 출간된 것을 보고 책을 읽게 되었다.


일과 삶, 떨어지려야 떨어질 수 없는 톱니바퀴처럼 얽혀 들어가는 중요한 인생의 화두에 대해

이 책은 이야기한다.


일과 삶에 대해서 담담한 어조로 자신의 생각을 풀어내는 작가의 메시지는 꽤나 가슴깊이 박힌다.

아마도 내가 신입사원 나이도 아니고 조직으로 치면 중간 정도에 해당하는 나이에 해당되어

더욱 그러한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20대의 패기를 칭찬하거나 30대의 전력투구를 강조하지도 않고

그리고 40대의 실력과 50대의 원숙미 이런것을 말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열정으로 끌어올린 자신의 내부 온도를 조금 낮추고, 진지하게 성찰하면서 일에 다가가라고

말하는 듯하다.


일 자체를 일로 받아들이고 끝내지 말고 그 일이 나의 운명(좀 거창하게 표현하자면) 임을 받아들여서,

최선을 다해보고 또 그 최선을 일회성으로 끝내지 않고 오랜 기간 동안 지속할 수 있다면

반드시 무언가가 내 안에서 만들어지며 그 만들어진 무형의 것들은 결국에는 세상 밖으로

아름답게 도출될 수 있다는 그런 메시지를 말한다.


그리고 트렌디함이 전부일 것만 같았던 광고업계에서 카피라이터로 업을 시작했지만

자신이 콘셉트를 만드는 것에 재능이 있는 것을 깨닫고 콘셉트를 새로이 만들어서 광고에 임했다는 스토리도

인상적이었다. 끊임없는 사고와 물고 늘어질 정도로 관찰해야, 즉 사고와 관찰이 날실과 씨실처럼

직조되고 교차되어 탄생하는 게 콘셉트이기 때문에.


막상 이런 분 밑에서 일하면 무척 힘들 것이 예상된다. 기준도 높고, 만족시키기도 어렵고, 까다롭고

그러면서 동시에 정확하고, 허튼 얘기 안 할 것이 분명하기에.

하지만 퇴사한 지금에도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건 이런 분 밑에서 일하면 일적 성장과 내적 성장

모두 이룰 수 있다는 것.


아마도 미혼이신 걸로 파악이 되고 그래서 더욱 일에 매진할 수 있었을 거라 짐작되지만

미혼이네 기혼이네 자녀가 있네 없네 이런 주제를 떠나서

일 자체에 진실되고

자신의 인생이라는 길에서 한 발자국 한 발자국을 정확히 그리고 꼿꼿이 내딛는 그런 잔잔한 용기에

큰 감동을 받았다.


어릴 땐 버진 그룹의 리처드 브랜슨 회장 같은 사람들에게서 감화를 받았는데

요즘은 이런 분의 진솔한 스토리에 감동을 받는다.


꼭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홀로 핀 매화꽃 같은 분.

그런 분의 심성이 느껴지는 책.

자기 계발적인 주제 자체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원하는 것을 세상이 원하게 하는 것에 실패한다 해도,

그냥 이 분의 태도에서 분명 느끼는 게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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