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세레꼬레 Sep 07. 2023

스토리텔러

데이브 그롤 지음

내가 뽑는 올해의 책 후보로 선정하고 싶은 책.

상반기에 읽은 책 중에 스티븐 킹의 '빌리서머스'가 워낙 후보로 강력하기에

빌리서머스에게 자리를 양보하게 된다면, 이달의 책(9월)으로라도 꼭 선정하고 싶은 그런 책.


십 대 시절 나의 반항기를 흡수해 준 락 밴드들.

추억의 락밴드들의 실제 멤버였던 데이브 그롤을 통해서 나는 미처 몰랐던

무대밖 그들의 스토리가 매우 흥미롭게 펼쳐진다.


소설이 아닌 에세이 이기 때문에 거의 사실에 기반했으리라 생각하고(약간의 추억의 각색은 있겠지만)

너무나 재미있다.


재밌는 사실은 성공하고 나서의 스토리들,

백악관에 초대되고 어린 시절 흠모하던 락계의 슈퍼스타들과 알게 되고 그들을 집에 초대하고

폴 매카트니가 자신의 딸에게 피아노를 쳐주는 그런 순간들보다


락밴드에 심취하여 드럼 스틱을 잡게 되고

처음 스크림이라는 밴드에 합류하게 되어 낡고 작은 밴을 타고 전국을 돌아다니며

궁핍하고 또 궁핍하지만 다들 젊기 때문에 버틸 수 있었던 스토리와

암스테르담에서 문신을 예술의 경지로 하는 이탈리안 친구에게 문신을 받고

끊임없는 술과 담배와 커피와 대마초등으로 연명하는 생활 이야기

이 부분이 매우 재미있다는 것.

너바나. 왼쪽 크리스 노보셀릭(베이스) 가운데가 데이브 그롤(드럼), 오른쪽이 커트 코베인(기타, 보컬)

그리고 난 너바나의 빅팬은 아니지만 너바나가 음악 역사에서, 락 밴드의 히스토리에서 어떠한 역할을 했는지는 너무 잘 알기에 데이브 그롤의 글에서 읽히는 너바나와 커트 코베인 스토리도 흥미로웠다.


책의 반절이 지나면 이제 성공스토리들이 펼쳐지는데 

성공하고 나서보다 성공하기 이전에 소위 막 구르는 시절의 이야기가 성공하고 나서의 이야기보다 3배에서 

5배 정도 더 흥미롭달까.


록 음악이 좋아서 밴드생활을 시작한 어린 친구들은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어디에나 너무나 많겠지만

그 힘든 투어 생활을 견디고 돈 없이 정처 없이 떠도는 삶을, 음악을 좋아한다는 이유 하나로 견디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리고 젊을 때 시작한 밴드를 중년이 되어서 지속한다는 것은 더욱 쉬운 일이 아니다.

그 모든 과정을 거친, 그저 락을 사랑했던 어린 소년 데이브에게 너무 잘 해냈다고 손뼉 쳐 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 더불어 지금 내가 하는 모든 선택이 불안하고 머뭇거려지더라도, 가슴이 시키는 방향을 외면하지 말기를 스스로 다짐해 본다.


내한공연 당시 데이브 그롤 ( 사진 출처: 연합뉴스)

* 참고) 데이브 그롤은 너바나의 드러머로도 유명하지만 커트 코베인의 죽음으로 너바나가 해체된 이후

          '푸 파이터스'라는 밴드를 조성, 아직까지 왕성하게 활동 중이며 그래미상도 여럿 탄 뮤지션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일본전산이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