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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레꼬레 Sep 06. 2023

일본전산이야기

김성호 지음

유튜브 알고리즘을 통해서 가끔 흥미 있는 영상을 보게 될 때가 있다.

준오헤어는 가끔 이용하기도 했어서 기본적인 호감을 가지고 있는 미용실 체인인데,

준오가 인상적이었던 건 약간 개인 원장의 마음대로 굴러가던 미용실의 관행들을

'회사'답게 시스템을 만들어서 서비스를 관리했던 것이다. 


준오의 샴푸와 다른 미용실 체인들의 샴푸서비스는 그 시원함에 있어서 남달랐고, 

준오의 샴푸 서비스는 서비스 제공자와 상관없이 균일한 수준과 방법을 선보였어서 늘 만족스러웠다. 

그뿐인가. 미용실에서 머리를 하고 있을 때 그 긴 시간 동안 심심함을 달래줄 잡지의 종류도 남달랐고, 

웰컴티(커피등)와 간단한 스낵을 제공하는 것도 준오에서 처음으로 도입한 것으로 추정한다.

내 뇌피셜이라 첫 시도는 준오가 아닐 수도 있지만, 고객 입장에서 만족감 있게 약간은 호텔 느낌으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곳임은 분명하다. 어쨌든 이러한 준오헤어의 대표님이 유튜브에서 추천하는 도서가 몇 권 있었다. 그중 한 권이 이 책이어서, 그래서 골랐다. 


준오 대표님은 이 책을 보고 "즉시 한다, 반드시 한다, 될 때까지 한다'라는 일본전산의 회사 모토를 준오에 적용한 적도 있다고 했다.


1973년 나가모리 시게노부 사장은 3평짜리 시골창고에서 직원 3명과 함께 일본전산을 창업, 30년 만에 계열사 140개, 직원 13만 명, 매출 8조 원의 기업으로 회사를 성장시켰다. 특히 30여 개 회사를 인수합병하여 인수한 회사를 1년 내에 흑자로 전환시키는 것이 '일본전산'의 전매특허와도 같은 특징이어서 더욱 놀랍다고 하는데.


일본에서, 1970년대에 출발한 회사이기 때문에 전 직원에게 화장실 청소를 시킨다던지, 회사에의 절대복종과 개인 사생활 보다 일을 전적으로 강요하는듯한 뉘앙스의 글들은 요즘의 시대와는 다소 갭 차이가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전제주의적인 조직 문화는 사실 예전에는 통했을지 모르지만 요즘 통한다고는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하지만 그가 그런 주장을 하는 이유는 공감했다. 화장실 청소를 영영 시킨다는 것이 아니라,

한 번이라도 회사 화장실 청소를 해보면 그다음부터 본인이 그 화장실을 이용할 때에 함부로 더럽히지 않게 된다는 것. 이것은 굉장히 타당한 말이어서 고개는 끄덕였지만 내가 사장이라면 이런 건 안 시킬 테다.

그리고 일을 전적으로 우선시하는 건 그 옛날이어서 가능한 부분도 있긴 하지만, 어쩌면 그런 마음이 밑받침되었기에 아무것도 없는 무에서 지금의 상태로 만들 수 있었을 것이다. 실리콘밸리라고 다르겠나. 진짜 선수들은 거의 목숨 바쳐 일하는 게 사실 맞으니까. 이것저것 다 따지고 워라밸 챙기면서 '실력'이 늘 수 없고 '경쟁'에서

이기기는 힘들다. 이건 조금이라도 일해본 사람이라면 다들 느낄 것이다.


난 이 책에서 즉시, 반드시, 될 때까지의 모토도 맘에 들었지만 제일 마음에 들었던 부분이 인재를 뽑을 때

절박한 사람을 뽑는다는 것. 우수 인재를 선택해서 뽑는 것이 아니라(물론 창업 초창기에 우수 인재가 지원하지도 않았다고 한다) 밥 빨리 먹고 목소리 큰 사람, 그리고 우직하게 직장에 머무를, 다른 곳에 갈 수 없을 것 같은 그런 직원들을 뽑아서는 전공과 관계없는 일도 시키면서 일에 대한 '태도'의 DNA를 심는 데에 주력했다고 한다. 밥 빨리 먹고 목소리 큰 것은 아마도 적극적인 태도, 일을 빨리 처리하려고 하는 실천력 등을 감안한 것이고 아마도 회사 초기에 '영업'이 더욱 중요해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연구직을 뽑을 때엔 또 다른 기준을 적용했겠지.


여기저기 다른 곳으로 눈 돌리고 집중 못하는 직원 말고, 이 직장밖에 없기에 이 직무에 100% 헌신할 수 있는 그런 직원들. 개별적 능력은 다소 떨어질지 몰라도 일에 진심인 사람들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결국은 능력을

끌어올리게 마련이고, 조직이 전체적으로 그런 식으로 움직이면 일의 성과와 효율은 달성되게 마련이다.


어쨌든 요즘 창업이라던지 회사이야기에 대한 책들은 다소 안 봤었는데, 잠깐이지만 일본 전산 이야기는 

흥미로웠다. 이 책은 메시지는 훌륭하고, 책의 완성도는 그렇게 높지는 않아서 마구 추천하기는 약간 주저하게 되지만, 적어도 '즉시, 반드시, 될 때까지'라는 짧고도 명료한 문구만큼은 오랫동안 마음에 남을 것 같다.



지금 현재 상태에서 해낸다 라는 건 막상 해보면 굉장히 어려운 일임은 사실
실패와 포기의 패턴은 유전자 코드처럼 몸과 마음에 세팅. 그 세팅을 뒤집어놓아야 반복 안 한다.
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사고 패턴
계속해서 무언가를 시도하고 또 시도하는 와중에 새로운 기회가 찾아온다
즉시, 반드시, 될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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