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선 지음
이 책은 인스타그램에서 알게되었다. 알고리즘이 띄워주는 포스팅중에 이 책의 표지가 여럿 잡히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관심이 생겨 찾아봤더니, 저자는 오랜기간동안 잡지사의 피처 에디터로서 미술을 집중적으로 취재하고 글을 쓴 경력이 있는 분이였고 미술에 관한 책은 거의 다 좋아하는 편이기에 선뜻 도서관에 희망도서
신청을 하여 이 책을 자주 가는 도서관에 비치하게 된 것이다.
도서관에 비치된 새 책을 내가 첫번째로 읽게 되는 기쁨은
예전에 회사 다닐때에 인터넷 서점에서 우당탕 여러권을 주문해서 집에 도착하면 책을 쌓아놓고 제대로 읽지도 않던 때와는 비교할 수 없다. 무언가 더 소중하고 무언가 더 애틋한 그런 기분이랄까.
어쨌든 책의 크기 자체가 작은 편인데 내용들은 풍부하다.
많은 미술 작가들을 저자가 소개하는 형식의 글이고, 글의 마지막즈음엔 저자의 컬렉션도 짧게나마 소개되어 있다. 이 책을 통해 느끼는건 어떤 특정 작가가 멋지다라던지 어느 작품이 내게 깊이있게 다가온다 이런것이 아니라 미술을 즐기는 사람의 마음이나 태도 같은 것이다.
물론, 나는 저자만큼 미술에 대해서 작가들에 대해서 약간의 선망이나 로망이 저변에 깔려있는 채로 작품을 바라보지 않는 편인것 같다. 이 책에서 느끼기에 저자는 '예술에서도 특히 미술'을 너무나 사랑하는 것 같다.
당연히 그 사랑하는 마음이 깔려있기 때문에 그런 작품들을 만들어내는 예술가들에 대해서도 무한 애정이 있는 것 같아 보인다.
나는 미술을 기본적으로 좋아하긴 하지만, 저자의 그 사랑하는 마음에 비하면 참으로 보잘것이 없다.
음악도 좋아하고 문학도 좋아하고 실로 다양한 예술을 좋아하기 때문이랄까. 물론 미술도 좋다.
하지만 무한 애정 따위는 내게 존재하지 않는다.
요즘의 나는 무한 애정을 강아지를 포함한 포유류(푸바오가 한 몫 하고 있다)와 자연의 나무들, 숲 속 이런 것들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듯하다. (모두 인간이 창조한 것들이 아닌 공통점이 있다)
미술에 대해서는 내가 힘들때에 위로가 되고 말없이 그저 작품을 바라본 것만으로도 정신을 건드려주는
그런 작품에 대해서 애정을 갖게 되지만, 그런 작품은 아무때나 나타나지 않는다. 그리고 특히 미술에 대해서는 너무나 개인적인 선택이 좌우되는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평론가가 아무리 좋다 한들, 예술사에서 아무리 높은 위상을 차지한다한들,
내가 그것을 느끼지 못하면 무슨 소용이 있을것이며 억지로 좋아하는 척 할 필요도 없고 아는척은 더더욱 필요없지 않은가.
컬렉션에 대해서도 돈이 너무나 넘쳐서 무엇에 쓸지 모를때 아마도 그런때에
미술품을 수집할 수 있을것 같기도 하지만
그 작가의 작품을 소유하는 것이 글쎄 얼마나 큰 의미가 있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예전엔 나도 꼭 컬렉터가 되고 싶은 그런 마음이 있었는데, 잘 생각해보면 에르메스 켈리백을 사고 싶은 그런 마음이나 샤넬백을 하나 장만하고 싶은 그런 마음의 '결'과 사실 비슷한 성질의 것이였던 것 같다, 내게는.
최근 이어령씨의 책을 읽고, 백남준 작가가 '없어지려고 하는게 예술'이라고 하는 구절이 확 마음에 와 닿았어서 약간은 무소유의 마음으로 예술품들을 바라보게 되었다.
작품을 감상하는 것은 나의 일상에, 그리고 뇌활동에 있어서도 의미는 분명히 있는데,
수집 그 자체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는 마음이 든다.
물론 지금은 이렇게 글을 쓰지만 또 몇달뒤에 마음이 바뀌어 무한 예술 컬렉터 신봉자가 될지도 모르는일.
늘 마음은 변하고 생각도 변하니까.
미술을 아끼는 사람의 마음은 이런 것임을 이 책을 통해서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