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연 지음
어쩌다 알게된 소설인데 내가 이렇게 '직장내 갈등'이 주제가 되는 책들을 좋아하는걸 퇴사 후에 알게되었다.
회사생활이 그리운건 아니고, 조직 안에서만 벌어지는 갈등이라는건 존재하는 법이라서, 그게 나름 흥미진진하달까. 그 어떤 드라마보다 사실 재미있다. 물론 관찰자의 입장에 있을때 말이다. 해당 당사자가 되면
그 어떤 문제보다 머리 아프고 입맛 떨어지고 무기력해지고 때때로 마음의 상처를 입을 수 있다는건, 나역시도 나름의 경험으로 잘 알고 있다.
저자인 박소연 작가는 '일 잘하는 사람은 단순하게 말합니다'라는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한데, 이렇게
어엿하게 자기계발서가 아닌 소설도 펴내었다. 주제는 아마도 그녀가 자신있어하는 회사내 이야기로서.
이 소설은 7개의 단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중 내가 가장 재미있게 읽은 단편은 '막내가 사라졌다' 이고 가장 가슴아프게 읽은 단편은 '호의가 계속되면 둘리가 된다'이다.
'막내가 사라졌다'는 팀의 막내가 퇴사를 결심하면서 벌어지는 일들인데, 퇴사를 대행해주는 서비스를 이용하게 되면서 그 막내의 대행자가 사무실에 나타나게 되고, 각 팀의 구성원들이 각자 막내에게 행했던 '악행'들을 떠올리면서 그 악행들이 수면위에 떠오를까봐 두려워하는 모습들을 생생하게 묘사했다.
그리고 현실에서 너무나 버젓하게 이뤄지는 일들이라서, 딱히 이것이 소설이라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부장님의 대학원 숙제 자료 서포트, 알게모르게 일로서 잔소리하고 갈구는 과장 뭐 이런 일들은 내가 회사 다닐때에도 흔했던 것 같다. 지금은 코로나 이후 시대이기 때문에 많이 달라졌을지는 모르지만 한국의 장유유서 문화는 회사 내에도 명확히 있고 '상명하복'의 정신이 은은하게 깔려있기 때문에 팀내 모든 막내들은 또다른
대체자인 막내가 팀에 들어오기 전까지는, 알면서도 견디고 싫어도 묵인하는 그런 포지션 아니던가.
'호의가 계속되면 둘리가 된다'에서는 선생님과 학부모의 이야기가 그려지는데 최근 논란이 되었던 학부모 갑질이란 이러한 메커니즘을 가지고 진행되는 구나를 소설을 통해서 생생하게 알수 있었다.
집요하고 예상을 깨는, 생각보다 훨씬 강하게 사람을 잡고 흔들어서 정신이 서서히 무너지게 된달까.
내가 하는 모든 행동과 말에 대해서, 내가 입는 스타일, 내가 만나는 사람에 대해서도 왈가왈부 하면서
자신의 아이만을 특별대우 해달라며 끊임없이 괴롭히는 학부모와 사명감을 가지고 유아교육과를 전공하고, 어린이들을 돌보는 선생님이 되었지만 선생님이라는 직업 자체에 점점 회의감을 가지게 되는 주인공.
처음엔 속수무책으로 학부모에게 휘둘리는 주인공이 점점 단호하게 그들에게 대응해가는 모습이 슬펐다고나 할까.
그외 단편들도 사실 모두 재미있지만 이 두 단편이 인상적이였기에 코멘트를 남기고,
이런 주제는 장류진 작가가 원탑인줄 알았는데 박소연 작가도 만만치 않음을 느낀다.
어찌보면 회사내 갈등은 회사의 종류만 달랐지 본질은 비슷한것 같다.
결론은, 역시나, 회사 다니면서 돈벌기가 사업하면서 돈벌기보다는 훨씬 쉬운 일은 맞는데
회사 다니려면 '조직'생활을 해야하고 그 조직생활이 참으로 피말린다는 것.
역시 뭐든지간에, 이 세상에 공짜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