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의 쓸모를 읽은 '기록'의 쓸모
한때는 내가 트렌드를 관통하고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오프라인)쇼핑몰 MD와 백화점에서의 상업시설 기획 업무를 하면서,
그 이전에 수입패션편집샵 MD도 잠깐이지만 했었고
어릴때부터 건축과 패션 둘다 좋아했어서 뭔가 내게는 시류를 뚫고가는
'눈'이 있다면서 소비의 흐름에 대해 자신했던 시절이 있었다.
헌데, 나도 30대 후반이 되어가면서 점점 요즘 젊은 친구들의 소비행태에 대해서
모르겠다라는 생각이 들었고, 현대 여의도를 보면서 깨우쳤다.
내가 직접 MD를 하는 시절이 지나갔다는 사실을.
도대체 이게 왜 인기인줄 모르겠는 브랜드매장에서 매출이 터지고 줄을 서는 현실.
그동안 내게 진리처럼 느껴졌던 모든 것들이 다 부숴져버리는 요즘.
오프라인 유통의 침체와 더불어 내가 알았던 많은 상식들이 별거 아닌게 되어버렸는데,
그래서 그런지 소위 요즘 뜨는 것들이라던지 요즘의 철학을 보여주는 것들에 대해서
좀 연구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그런 맥락에서 읽은 이승희 님의 '기록의 쓸모'
이 책에서 엄청난 인사이트를 얻거나 엄청난 깨달음을 얻은건 아니지만
몇몇 구절에서 동질감을 무척 얻었어서
책을 읽고난후, '내가 이상한게 아니였어. 나만 이런 생각하는게 아니였어' 라는 생각에
묘하게 위안을 받은 책.
p.96
" 모두에게 나를 인식시킬 수 있는 시대는 끝났다. 그저 나와 핏이 맞는 사람들에게
메시지가 닿으면 되는 것이다."
p.127
" 나 역시 방향을 바꾸고 싶었다. 안전하고 행복한 삶을 떠나 주체적으로 인생을 살아보고
싶다는 마음이 일었다. 요즘같은 불황에 배부른 소리라고 할지 모르지만 이 안전한 울타리의
바깥이 궁금했다. 그래서 퇴사했다. 그러니까 나에게 퇴사는 '객관식'을 '주관식'으로 바꾸는
선택같은 거였다."
아...그녀의 퇴사 이유와 나의 퇴사 이유는 95% 일치한다. 나는 주관식의 삶에 플러스,
시간을 내 맘대로 쓰고 싶어서 퇴사했는데! 시간을 내 맘대로 쓰는게 주관식이긴 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