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모토 테루 지음
이 책은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등으로 유명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데뷔작의 원작 소설로도 유명한데,
이동진 평론가의 추천도서에 있어서 호기심에 읽게 되었다.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소설을 읽는게 내게는 선뜻 쉬운 일이 아니다.
뭐랄까, 아무 정보가 없으면 왠지 소설은 처음 시작을 하기가 어렵다.
마치 아무 정보도 없이 헬리콥터등에서 방출되어 뚝 떨어진 땅 같은 그런 느낌이라서,
선뜻 그 땅에서 발을 딛고 걸어다니기가 안 내키는 그런 기분이랄까.
4개의 중단편 소설로 이루어진 이 책의 처음 이야기는 '환상의 빛'으로 시작하고,
밤벚꽃, 박쥐, 침대차 라는 제목의 단편들로 구성되어 있다.
각 단편들은 모두 죽음을 다루고 있고, 주로 죽은자를 기억하면서 살아남은 가족 혹은 친구의
일상과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 이 책에 실린 단편들의 공통된 이야기이다.
환상의 빛에서도 그렇고 다른 단편들에서도 그렇고, 이야기의 서사 자체가 중요한게 아니다.
소위 기승전결 이라고 뚜렷하게 보여질만한 것들은 없다.
하지만 기승전결을 잊게끔 만드는, 모호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기분의 서사가 밀도있게 그려진다.
어떠한 메세지를 던지기보다는 그 메세지를 품는 분위기를 그려내는 그런 형태.
이 책을 읽고서, 나도 내가 겪은 죽음에 대해서 여러 각도로 생각하게 되었다.
한동안 잊고 있던 죽음이였는데, 꽤나 자연스럽게
죽은 이와 죽은 이를 둘러싼 가족들의 마음상태, 그리고 현재에 이르기까지
자연스레 오버랩되면서 새삼 문학의 파워를 느낄수 있었다.
어떠한 계기 없이 이렇게 마음이 흘러가기는 쉽지 않으니까.
누구나 삶의 통과 의례의 마지막에 있는 죽음을 피할수 없지만
이 소설의 특징은 죽음을 택한 이들이 있고 그 죽음을 택한 이유를 알 수 없는 채로
살아갈 수 밖에 없는 남겨진 이들의 이야기인데,
죽음으로 표현되는 '상실'에 대해서 묻고 있는 듯 하다.
상실 또한 삶의 일부이고, 살아있는 한 겪을수밖에 없고,
크게 의미를 부여하는 것 보다는 그저 그러함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인간의 삶을 잔잔하면서도 뿌옇게, 그렇게 이 책은 이야기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