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주 지음
장자 라고 하면 떠오르는건, 나비와 관련한 일화를 통해 장자의 철학을 보여줬다라는 것만,
그것도 고등학교 시절 수능에 장자 관련해서는 꼭 문제가 나온다고 해서
그런 이유로 기억하는 것이 내가 아는 장자에 대한 전부 였다.
뭔가 너무나 살이 빠진 모습으로 나타난 철학자 강신주 님의 EBS 특강에 대해서,
유튜브로 혹은 숏츠로 그가 이야기하는 장자에 대해서 알게되었는데
흥미가 생겨 이렇게 1,2권으로 이루어진 책을 나름 용기내어 읽게 되었다.
사실 이 책이 그렇게 어려운건 아니다. 철학자인 강신주 작가가 최대한 풀어서,
나같은 일반인도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을 잘 해준 그런 책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철학에 대한 이야기들이기 때문에 스스로 생각해보게끔,
반강제적으로 고찰을 할 수 밖에 없는 주제들이기 때문에
책을 읽어가는 속도는 생각보다 오래 걸렸다.
그리고 뭔가 나만의 해석으로 멋들어지게 장자를 이해하고 싶었지만,
내 기본 지식이 없어서인지 아니면 철학의 틀이 얕아서인지 내 야심보다는
이 글의 리뷰가 얄팍할 것임을 미리 알고 있다.
장자는 소유에 대한 개념과 세상을 어떤 식으로 바라볼 지에 대해서
얘기한다. 정착보다는 유목민의 감수성을 가지고 살아가라는.
즉, 발을 딛고 영토를 확장해나가는 순간 집착과 고집, 욕심이 생겨
나도 모르게 '체제'에 길들어지고 사유재산에 대한 욕심과 결부되어
영원히 그 영토를 벗어나지 못한다는 그런 얘기이다.
나도 가끔 생각해본다. 세상을 가볍게 살고 싶다는.
태어났을때 아무것도 가지고 태어나지 않았듯,
지닌 물건도 최소한이고 소속이 되어 있는 곳도 최소한인 그런 삶.
하지만 한편으로 그런 삶은 말그대로 '이상향'일뿐 결코 현실이 될 수 없음을 안다.
혹여 혼자 살아가는 거라면 스스로 인공적으로 그런 삶을 만들수 있지만
행여 가족이라도 생겨난다면, 거의 불가능한 그런 삶이 아니던가.
장자가 얘기하고픈게 이런 불가능한 삶을 구태여 꿈꾸라고 하는건 아닌듯하다.
태도에 대한 얘기, 마음에 관한 얘기라고 생각한다.
즉 현실은 이러하지만 적어도 질문할줄아는, 반문할 줄 아는 그런 태도를 지니라는것.
무언가 의무를 얘기하는 사회에 대해서 그저 순응하기 보다는 문제의식을 가지라는것.
그 문제의식이 사라질때 결국 나는 '쓰여지기'때문에, 끊임없이 날을 세워서
쓰임을 만들지 말라는 것. 그리고 쓰임이 있어 사랑하는 것이 아닌, 그 자체를 사랑할 줄 아는 그러한
태도가 필요함을 얘기한다.
몇천년전 철학자이지만, 21세기를 살아가는 사람에게 여전히 그의 메시지가 예리하다고 느끼는건
인간의 가축화에 대한 대목이였다. 인간만이 서로를 가축화하여 사회를 구성화한다고 하는.
비약같이 느껴지지만 사회의 구성, 기득권의 탄생, 지배계급과 피지배계급, 지배계급에 잘보이려
스스로 쓰임을 어필하는 피지배계급에 대한 장자의 이야기는(어쩌면 강신주 작가의 이야기)
여전히 무엇을 꿰뚫어본다는것이 어떠한 힘을 지니는지, 왜 철학이 필요하고 중요한지
새삼 깨닫게 해준다.
미래를 상상하건, 과거를 돌이켜보건
어쨌든 나 또한 인간이고, 인간이 살아가는 사회는 그다지 변화하지 않았다.
인간들이 있기에 그안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사건과 소모되는 감정과 체제와 법률과 형벌 이러한 모든것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대붕'을 이야기했던 중국의 철학자 장자에 대해서
아주 조금은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어서,
가끔 꺼내서 읽어보고싶은 그런 기분을 느끼게 해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