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백야행, 용의자 X의 헌신 등으로 유명한 일본 미스터리계의 여왕이라 불리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을
실로 오랜만에 읽었다. 예전에 대표작들을 비롯하여 몇 권 봤었는데 재미는 있는데 뭔가 뒤에 숨겨진 복선 같은 것들이 그 소설 속에 나온 정황만으로 추리하기가 어렵고 독자는 모르는 비밀등이 꼭 숨어져 있어서
추리소설은 맞긴 하는데 작가만 아는 배경설정이 좀 깊어서 오히려 흥미가 떨어지는 면이 있었다.
작가의 팬들은 그런 지점들을 좋아할 것 같긴 한데, 나는 취향이 담백하면서 대담하게 전개되는 그런 추리물을 좋아하고 배경이 한 개나 두 개 숨어있는 것은 괜찮지만 그 개수가 셋 정도를 넘어가면 이게 추리소설인지
아님 정말 '소설'인지 싶어서 흥미가 늘 떨어지는 편이기에 이 작가의 소설은 더 이상 읽지 않게 된 것이다.
하지만 추석 연휴를 앞두고 뭔가 가볍게 읽을 추리물이 없을까 하다가 고른 게 바로 이 책인데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던 것 같다.
주인공의 1인칭 시점으로 사건이 진행된다.
학교 선생님 출신의 주인공은 소설 작가를 꿈꾸지만 현재는 어린이물 동화작가로 근근이 살아가고 있다.
이런 주인공의 가까운 친구로서 베스트셀링 작가인 친구가 등장한다.
그리고 사건은 그 베스트셀러 작가가 살해당하면서 이야기는 빠르게 전개된다.
이 사건을 쫓는 형사의 시점이 중간중간 교차되면서 단순하게 보이던 유명 소설가의 살해사건이
범인은 누구인지, 그리고 살해 동기는 무엇인지 실타래가 풀리듯 조금씩 윤곽이 드러난다.
추리물을 많이 섭렵한 독자라면 사건이 일어나고, 형사가 등장했을 때 즈음에 이 소설도
아가사 크리스티의 '애크로이드 살인사건' 같은 류가 아닐까 생각하게 될 것이다.
어딘지 모르게 그런 느낌이 있는데 예상은 맞았고, 소설의 중반즈음에
범인은 밝혀진다.
범인이 밝혀져서 뭔가 긴장감이 떨어질 것 같지만, 오히려 범인이 밝혀지면서
범인의 동기에 대해 더 집중하게 된다.
형사의 담담하면서도 치밀한 수사 전개에 따라 독자 역시 범행 동기에 대해서,
그리고 주인공과 주인공의 친구였던 죽은 소설가에 대해서,
그리고 주인공의 독백은 어디까지 믿을 수 있는 것인가에 대해서
독자는 끊임없이 반문하게 된다.
이 책을 끝까지 읽고 나면, 이 소설의 제목에 대해서 작가의 탁월한 선택임을 새삼 깨닫게 된다.
그리 길지는 않지만 내가 읽었던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중에서는 꽤나 강렬한 소설인 것 같다.
클래식한 추리소설이 그리운 분들께 추천드리는 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