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뭐했을까
머릿속으로만 상상하던 퇴사는 너무나 싱겁게 끝이 났다.
의례적으로 퇴사원을 인사팀에 제출하고, 각 본부장들에게 인사를 드리고 또한 소소한 친분이 있던 분들과
점심이든 저녁이든 커피와 식사를 하면서 뭉툭한 계획과 지금의 감정들에 대해 공유한 후,
너무나 차분히 그리고 웃으면서 회사를 떠난게 1월 15일 금요일.
사실 그 날엔 그룹계열사인 전 회사의 친구들이 당장 성수동으로 튀어오라며, 와인 사주겠다고 해서
원래의 계획보다 일찍 사무실을 나와서 지하철을 타고 성수까지 가서 와인을 2병 정도 마셨었는데.
사무실에 있으면서 그렇게 그리던 생활, 내 맘대로 시간을 쓸 수 있고 뭔가 땡기면 바로 떠날수도 있고,
1년에 몇번 볼가말까한 친구와 점심도 할 수 있는 그런 생활을
열흘째 하고 있는데 미처 깊게 생각하지 못했던 그 주제.
혹은 알고 있었지만 차마 인정하고 싶거나 고민하고 싶지 않았던 그 주제.
경제적인 부분, 즉 현금흐름에 대한 답답함에 대해서는 이제 확실하게 느껴져온다.
아침에 일어나 샤워를 한 후 , 커피를 내리고, 경제신문을 보다가
유튜브 삼프로tv의 시황설명을 잠깐 듣다가 주식장이 열리면 이것저것 체크하다가
내가 좋아하는 철이형의 방송을 12시까지 듣는다.
그리고 잠깐 점심을 집에서 해 먹은 후에 그다음부터는 자유 스케줄이다.
보통은 3시반 장이 끝나면,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헬스장에 가서 깔짝거리는 수준의 운동을 하고
하지만 유산소 30분(런닝머신)을 챙겨하기때문에 약간의 땀이 난 채로 집에 돌아와
마저 샤워한후 맥주를 한잔 하거나, 빌렸거나 사 둔 책을 읽다가
남편과 함께 저녁을 먹는 생활.
적어놓고 보니 무슨 꿈같은 생활같지만, 실제로는 자금운용에 대한 스트레스와
그날의 실적에 따라 일희일비 하고 싶지 않아도 자연스레 기분이 파도를 타게 되며
회사를 다닐때보다는 확실히 절약하게되는 생활.
그리고 아침부터 오후 3시반까지 내 방 책상에 딱 붙어 앉아있게되므로
재택근무 시절과도 크게 다를바는 없는 생활이다.
어제는 잠깐 동네 도서관에 가서 책을 빌리고(회사 다닐때엔 무조건 사서 봤는데)
공원을 한바퀴 돌았는데 이게 나름 리프레쉬에 효과가 있는 것 같다.
내 스스로 루틴을 정해야할때, 뭔가 자연이 함께하고 운동을 끼워넣는 그런 루틴이
좋은것 같고, 이 루틴이 지겨워질때쯤에 #수요미식회 이런 느낌으로 어떤 투어, 답사,
탐방 이런것들을 적절히 끼워 넣어주면 더 좋을것같다.
브런치도 퇴사하기전에는 나중에 제대로 꾸며봐야지, 나도 글써야지, 에세이써야지
욕심은 엄청 많았는데 막상 이 글을 쓰기까지 열흘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물도 주고 햇볕도 쐬이면서 가꿔가는 화분처럼, 이 곳을 그렇게 돌봐야겠다.
뭐든 기록을 남겨놓으면 나중에 또 그때를 생각하며, 그 기분을 회상하면서
돌아보는 날이 올것만 같다.
이제 운동갈 시간.
오늘은 장이 좋지않고 점심때 충동적으로 구매한게 넘 후회되는 그런 하루라서
유산소를 강하게 진행할 예정.
#머릿속으로만그리던퇴사의민낯 #퇴사후열흘 #매일매일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