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본 쉬나드 지음
올해 읽은 모든 책들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건 슈독이였다. 나이키의 스토리여서가 아니라,
좌충우돌속에서도 굳건하게 지켜나가는 사업가의 심지와 뚜렷한 방향성이 멋있었고 그 끝이
성공이라는 점도 맘에 들었다. 그리고 최근 읽은 책들중에 자청의 역행자도 인상적이였고,
장사의 신 은현장도 터프하고 체계없어보이지만 사업에 대한 절절한 노력과 진심이
책의 종이를 뚫고 독자에게 느껴져서 기억에 남지만...
모든 책들을 뒤로하고 '파타고니아_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 이 책이 나에겐 올해의 책이지
않을까 싶다. 사실 이 책의 존재에 대해서는 알고있었지만 내가 파타고니아 브랜드에 큰 관심이
없어서 그냥저냥 넘기고 있었는데, 어쩌다 우연히 빌려온 아웃도어 의류브랜드 파타고니아의
창업주인 이본 쉬나드가 쓴 브랜드 창립스토리와 철학서인 이 책에서 생각치못했던 인사이트를
느꼈다.
책의 내용은 그리 어렵진않다. 미국 태생의 산악가였던 이본 쉬나드는 산을 사랑하고 자연을
사랑하던 사람인데 클라이밍에 쓰였던 산악도구들을 제조하다가 조금씩 등산을 할때에
입으면 좋을 기능을 갖춘 옷들을 만들게 된다. 그 옷들이 지금의 파타고니아 브랜드가 되었다.
이본 쉬나드의 철학은 불교의 사상에서 많은 부분 차용하였고,
인간이 살아가는 지구를 위해서 환경을 보호하고 동물을 사랑하고 지속가능한 제조를 위해서
노력하자는 것인데 그는 이런 운동을 1990년대부터 이어왔으니 요즘에서야
지구에 탈이 생겨 불바다가 되든 물바다가 되든 난리가 나서 각 나라에서 혼비백산중인데
그의 선구적인 생각이 사뭇 용기있게 느껴진다.
한번 만든 옷은 왠만해서 없어지지 않겠지만, 옷을 만드는 모든 과정에서 최소한의 오염만
그리고 최대한의 재생가능함을 추구하는 파타고니아의 철학은 나처럼 옷을 좋아했던 사람에게는
내 스스로가 꽤나 탐욕스러웠던게 아닐까 하는 자문을 하게 만든다.
내가 이본 쉬나드 이 분처럼 격렬한 환경보호주의자는 아니지만,
이 분의 생각과 철학이 고스란히 담긴 브랜드와 그 브랜드를 가지고 적자없이 지금까지 성공을
이뤄냈다는 그 사실이 정말이지 감동스럽다. 숫자만을 추구하지 않고도, 이 성과를 해냈다는것.
그것이 의미하는 바가 크다고 본다. 늘 실리콘밸리의 치열한 아이디어와 경쟁 이런것들만
선망했었던 한국 사회이지만, 한편으로 이렇게 조용히 느릿느릿 신념을 이어가면서도
멋진 디자인과 제품으로 고객들에게 사랑받는 브랜드를 키우는 비즈니스모델도 있다는게 놀랍다.
책 제목처럼 파타고니아 회사는 9to6의 업무시간을 지키는 것이 아니라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 할 수 있게끔 업무시간 자율화를 시행하고 있고 아주 예전부터
회사 본사에 보육시설을 두었고 직원들 각자가 스포츠와 환경을 사랑하는 사람들로 구성되어있다.
단편적인 부분이지만, 아이를 회사 보육시설에 맡긴 직원들이 점심때 아이와 함께 밥을 먹고
낮잠을 잔다는 대목에서 어찌 감동스럽지 아닐수 있을까.
한 사람을 지배하는 철학이, 그리고 그 철학의 구현이 이런 형태로도 발현될 수 있다는것을
알게되어 너무나 기뻤던 책.
숫자, 성과, 경쟁 등에 지친분들에게 또다른 형태의 힐링이 될 수 있는 비즈니스 개념서로서
아니면 철학책으로서 소개해주고 싶은 책이다.
나는 서핑을 못하지만, 파도가 칠때는 서핑을 할 수 있는 회사라면 입사를 고려해보고 싶네.
책에서 재미난 부분 몇개 소개하면서 이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