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영덕 Dec 22. 2022

프랑스 여행

7월에는 아내와 함께 프랑스에 갔다. 막내 처제가 프랑스에서 결혼하기 때문이었다. 막내 처제는 한국외국어대 불어과에 다니던 중 대학 샹송 대회에서 그랑프리상을 받게 되어 한 달간의 프랑스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다. 졸업 후에 그녀는 여행사에서 일하다가 평소 하고 싶었던 재즈 음악 공부를 위해 프랑스로 유학 갔다. 이후 프랑스 남자와 결혼하고 현재 프랑스 대학에서 음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2월에 딸이 다시 놀러왔다. 딸은 나처럼 추위를 많이 탄다. 그래서 그런지 인도네시아를 좋아한다. 

프랑스 파리 외곽의 드골 공항은 생각보다 예술적이지 않았다. 예술의 국가 프랑스의 이미지와는 달리 공항은 하나의 거대한 콘크리트 덩어리의 투박함을 느끼게 했다. 공항에는 막내 처제가 마중 나와 있었다. 항상 그렇지만 외국에서 아는 사람을 만나면 무척 반갑다. 

막내 처제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그녀의 아파트로 갔다. 아파트는 15평 정도 될 것 같았다. 파리의 호텔 값이 너무 비싸니까 처제는 자기 아파트에서 지내자고 했다. 장모님과 친구 한 분, 처형 부부, 셋째 처제와 막내 처제, 우리 부부 등 8명은 모두 그렇게 하기로 했다. 

24시간 정도 비행기를 타고 와서 그런지 피곤했다. 그런데 지금 자면 밤에 못 자게 되어 밤과 낮이 바뀌게 된다고 해서 짐을 푼 후 파리 시내 구경을 했다. 에펠탑, 개선문, 유명 브랜드 상점의 간판 등을 보니 프랑스에 온 것이 실감 났다. 유람선이 떠다니는 세느강은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건물들도 대체로 높지 않았다. 거리는 깨끗했고 조용했다. 모든 것이 아기자기하게 느껴졌다. 예술의 도시 같다는 생각이 비로소 들었다.

우리 일행은 세느강 가에 있는 오르세 미술관에 갔다. 여기에는 빈센트 반 고흐, 폴 고갱, 끌로드 모네, 에두아르 마네 등의 작품이 있었다. 사진으로만 보았던 인상주의 화가들의 작품들을 실제로 본다는 사실 자체가 감동이었다. 그러나 그림들을 대충대충 볼 수밖에 없어 아쉬움을 느꼈다. 

우리는 파리에서 지내면서 베르사유 궁전이나 루브르 박물관에도 갔다. 베르사유 궁전의 화려한 장식과 그림, 조각상 등이 눈길을 끌었다. 역시 자세히 보자면 한도 끝도 없을 것 같았다. 루브르 박물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대충대충 보면서 걸어가고 있었는데, 앞에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모나리자>가 있는 곳이었다. 가까이 가고 싶었으나 사람들 때문에 도저히 가까이 갈 수가 없었다. 할 수 없이 멀리서 사진 한 장 찍고 돌아서야 했다. 

프랑스 여행 중 가장 곤란했던 것은 루브르 박물관에 갔을 때 일이다. 아침에 지하철을 타고 갔는데, 갑자기 배가 아프기 시작했다. 어제 마신 커피 탓 같았다. 근처에는 화장실이 없다고 했다. 나는 지하철이 루브르 박물관에 도착하자마자 화장실로 뛰어갔다. 그런데 화장실 앞에 두 개의 대걸레가 엑스 자 모양으로 세워져 있었다. 청소 중이니 사용하지 말라는 뜻 같았다. 그러나 나는 너무 다급했기 때문에 화장실로 들어갔다. 일을 보고 나오니 청소를 하던 프랑스 여인이 나에게 큰소리로 화를 냈다. 미안하기도 하고 창피하기도 해서 나는 '아이 엠 쏘리'를 연발하면서 그 자리를 벗어났다. 격렬한 몸짓을 하며 화를 내던 프랑스 여인의 모습이 지금도 생각난다. 

결혼식은 처제가 다니고 있던 교회에서 이루어졌다. 사실은 교회가 아니라 성당이었다. 성당에 나오는 가톨릭 교인들이 별로 없어서 개신교 한인들이 이 성당을 빌려 교회로 사용하고 있었다. 들은 바에 의하면, 이 성당은 가톨릭 교인이 별로 없어서 철거하려고 했는데, 이곳에서 예배드리던 개신교 한인들의 건의 덕에 철거를 면했다고 한다. 

프랑스에서는 젊은이들이 결혼식을 생략하고 신고만 한다고 했다. 그래서 그런지 처남이나 그의 부모님들은 한국식 결혼식이 신기한 모양이었다. 식을 마친 후에는 사진을 찍고 처가에서 준비한 음식으로 하객들과 점심을 같이했다. 저녁에는 결혼 파티가 있었다. 결혼 파티는 생각보다 단조로웠다. 파티장에는 약간의 음식과 음료수가 준비되어 있었고, 사람들은 신랑 신부에게 축하 인사를 했다. 이후에는 서서 이야기를 나누면서 음식을 먹었다. 특별한 이벤트 없이 이렇게 몇 시간 있으니 지루하기도 하고 힘도 들었다. 

다음날 우리는 신랑 신부와 함께 루르드(Lourdes)로 여행을 갔다. 신혼여행 겸 가족여행인 셈이었다. 루르드는 프랑스 남서쪽 피레네산맥에 있는 작은 마을이다. 이곳은 바위 절벽 위에 지은 성과 성모님이 발현하셨다고 하는 마사비엘 동굴, 그리고 질병 치유의 기적을 선사한다고 하는 샘물 등으로 유명하다. 그래서 이곳은 매년 5백만 명의 순례자와 관광객이 찾아오는 가톨릭 성지 순례 장소가 되었다고 한다. 

조용하고 시원한 이곳에서 며칠 지낸 후 우리는 스페인 접경 지역에 있는 해변으로 놀러 갔다. 해변에서 수영할 생각이었지만 날씨가 너무 추워서 물에 들어가 보지도 못했다. 우리 일행은 그곳에 있는 스페인 음식점에 들어갔다. 나는 여기서 먹물 오징어 요리를 처음 먹어봤다. 맛이 조금 이상했으나 그런대로 먹을 만했다. 이후 스페인 마을을 잠시 구경하다가 우리는 파리로 돌아왔다. 그리고 이튿날 비행기를 타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작가의 이전글 인도네시아대학교 인문대학 창립 기념일 행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