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사정
인도네시아에 간 지 얼마 되지 않은 날, 나와 아내는 데뽁 시내를 구경하러 갔다가 고생한 적이 있다. 우선 매연이 심해서 숨 쉬는 것이 힘들었다. 도로에는 신호등이 없어서 차와 오토바이들이 정지하지 않고 빠르게 지나갔다. 두려움이 느껴져서 우리는 길을 건너지 못했다. 그런데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한 손을 들고서 태연히 길을 건넜다. 우리는 그들 옆에 붙어서 간신히 길을 건넜는데 정말 긴장했었다. 이후 내가 아는 사람은 길을 건너다가 오토바이에 치여 한국에 가서 수술까지 받은 적이 있었다.
신호등이 없으면 좋은 점도 있다. 한국에서는 차가 없는 한적한 길에서도 신호등에 걸리면 멈추어야 하고 또 기다려야 할 때가 많다. 하지만 인도네시아에서는 그야말로 논스톱 주행이 가능해서 편할 때도 많았다. 인도네시아에는 일방통행 도로가 많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그러나 일방통행 도로는 불편할 때도 많았다. 목적지가 옆에 보여도 반대 차선 쪽에 있으면 유턴해서 가야 했다. 그런데 유턴하는 곳은 종종 막혔다. 게다가 유턴해야 하는 곳이 너무 멀리 있어서 목적지를 눈앞에 두고도 많은 시간을 허비하게 되는 경우도 많았다. 가는 길과 오는 길이 다르다 보니 목적지를 찾아가는 일도 쉽지 않았다. 다행히도 요즘은 ‘네비게이션’이 있어서 길을 찾는 데 별 어려움이 없으나 정착 생활 초기에는 ‘네비게이션’이 없어서 고생을 많이 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중앙선을 넘어 유턴하는 차량이 많았다. 정부에서는 이를 방지하기 위해 중앙선에 분리대를 설치했다. 시멘트로 만들어 아예 고정한 곳도 있었다. 아니면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서 상황에 따라 옮길 수 있도록 한 곳도 있었다. 자동차는 유턴할 수 없으나 오토바이는 유턴할 수 있게 한 것이다.
도로 위에는 보통 차량의 유턴을 도와주고 돈을 받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들은 유턴하는 차의 운전자로부터 보통 500 ~ 1,000 루피아(한화로 50~100원 정도)를 받았다. 그리고 유턴하는 차가 많은 곳에서는 여러 명이 역할을 분담하기도 했다. 한쪽은 반대 차선에서 오는 차를 막아 주고 다른 쪽은 운전자에게서 돈을 받았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음식점이나 마트, 은행 같은 곳에서 주차비를 따로 받지 않지만, 주차장을 벗어날 때는 주차 관리인에게 약간의 돈을 주어야 했다. 보통 2,000 ~ 3,000 루피아를 주었다. 적은 돈이지만 이처럼 주어야 할 때가 많아서 차를 가지고 다니려면 항상 잔돈을 준비해야 했다. 귀찮은 일이었지만 이들에게 감사함을 느낄 때도 종종 있었다.
대중교통 수단
인도네시아의 대중교통 수단은 다양하다. 그중에서 서민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교통수단은 기차, 버스, 오토바이 등이다. 그런데 한인 중에는 이들을 이용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았다. 환경이 열악하고 위험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데뽁에서 생활할 때 나는 기차 지붕 위에 사람들이 빽빽이 있는 모습을 보고서 놀란 적이 있다. 그 모습은 6.25 한국전쟁 당시 피난 열차의 사진을 떠올리게 했다. 자카르타에서 출발하여 보고르로 가는 그 기차는 내가 살고 있던 데뽁을 거쳐서 가기 때문에 나는 그 광경을 종종 볼 수 있었다.
기차 지붕은 누워 있거나 앉아 있는 사람들로 채워져 빈틈이 없어 보였다. 너무 위험해 보여서 인도네시아 사람에게 이유를 물어봤더니 표를 사지 않은 사람들이 기차 지붕 위로 올라간다고 했다. 기차 지붕에 앉아서 가도 위험할 터인데 많은 사람이 누워서 가고 있었다. 그러니 기차 문에서 몸을 내밀고 가는 사람들의 모습은 위험해 보이기는커녕 애교처럼 느껴졌다.
인도네시아 사람들은 버스도 많이 이용한다. 그런데 환경이 열악한 버스가 많다. 특히 승합차 같은 ‘앙꼿’은 비용이 저렴해서 사람들이 많이 이용하고 있다. 그러나 문이 없는 차도 적지 않고 소매치기도 많아서 안전에 조심해야 한다. 게다가 이 버스는 손님이 있는 곳이면 아무 곳에서나 정차하기 때문에 직접 운전할 때에는 특히 주의해야 한다.
인도네시아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는 교통 수단은 오토바이이다. 오토바이는 승용차보다 싸고 길이 막힐 때 승용차보다 빨리 갈 수 있어서 지금도 많이 이용된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서민들의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싼 오토바이를 자가용처럼 이용한다. 거리에는 상업용 오토바이가 많다. 사람들은 가까운 거리의 경우 택시보다 이 오토바이를 많이 이용한다. 그러다보니 인도네시아에는 오토바이 사고가 많았다. 내가 가르치던 남학생 한 명도 오토바이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오토바이 사고가 많은 이유 중 하나는 많은 운전자들이 법규를 어기고 운전하기 때문이다. 나도 차를 몰고 가다가 오토바이에 받힌 적이 있다. 어느 날 운전하다가 갑자기 끼어 든 오토바이 때문에 급정거했는데, 오토바이가 내 차를 받았다. 내려서 보니 차 뒤의 램프가 깨지고 범퍼가 찌그러져 있었다. 내 차 뒤에는 많은 오토바이가 서 있었으나 누구 하나 미안하다고 하는 사람이 없었다. 화가 났지만 사람이 다치지 않은 것만 해도 다행이라고 생각하면서 차에 올랐다. 앞에서 끼어든 문제의 오토바이 운전자는 내 눈치만 보고 있다가 슬슬 가 버렸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오토바이와 부딪히면 무조건 자동차 주인이 배상해야 한다는 말이 떠올랐다.
인도네시아 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