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열심히와 열심히지 않는 대학원 생

by ZeroH

이번주에 있을 아카라카를 위해서 학교에 수업시간보다 조금 일찍 와서 파란색 티셔츠를 샀다.

혹시나 하지만, 집에 정말로 파란색 티셔츠가 없었다. 원래 원색옷을 잘사진 않는데 옷장에는 여름옷 중에도 파스텔이나 무채색톤의 옷이 가득하다. 이렇게 저렇게 학교 관련 굿즈가 늘고 있다.

학교 축제가 내일 모레인데 혼자 늑장부리다 옷을 사러 왔는지 원하는 사이즈가 없어서 아쉽게 너무 큰 사이즈를 골라서 결제하려는데 또 늦은 쇼핑에 나선 다른 동기를 만났다. 이번주에 축제날 비가 와서 걱정이다라며 티를 사고 나와서 신나게 빵도 사고 커피도 샀다.


직장인 대학원 생활 3학기째이다.

작년 초에 입학해서 아주 열심히 다니고 있다.

내 나름대로 열심히의 기준이 뭐냐하면,

수업도 한번도 안빠지고, 과제도 충실히 내고, 네트워크 활동도 참여하는 것이다.

1학기와 2학기까지는 열심히에 속했다. 비록 모든 과목의 성적은 A+은 아니였지만, A+도 포함이 되어있다고 말하고싶다.


3학기인 현재는, 열심히 학교를 안다니고 있다고 확실히 말할 수 있다.

연초에 바뀐 회사 업무가 너무 힘들었다. 인간의 인생의 일부를 집요하게 들여다보고 영향을 끼치게 되는 여정을 반복하는 것은 인간을 피폐하게 만든다. 거의 4개월동안 휴가도 안가고 일만 했다. 쉴 틈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 5월에 몰아서 이것저것 여가를 계획하고 실행했다.

학교 빠지면 죽는 줄 알았던 나는 어디로 가고, 콘서트 간다고 학교 빠지고, 일본 여행 간다고 과제 안내고 열심히 학교생활을 빠지고 있다. 중간고사 성적은 평균이하이다. 인생이 대학원으로만 가득한 건 아니잖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원 동기들을 만나는 일은 즐겁다.

일하는 평일 중 시간을 내서 동기들과 점심을 함께 먹으면 기운이 난다.

서로 하는 일은 다르지만, 그래서 이야기를 듣는 일이 더 재밌고 흥미롭다.

학교에 대한 불만과 만족을 이야기하는 것도 즐겁다.

일로도 함께 작업을 시작하게 되는 동기들의 이야기는 신기하다.


잠을 못자서 좀비처럼 초췌하게 아무 옷이나 주어입고 머리는 산발인 채로 퇴근 후 학교로 기어가서 수업만 겨우 들으러 오는 날에도 동기들이 수업 끝나고 한 잔하러 가자고 하면 술을 못마셔도 우선은 따라나선다.


사람은, 아니 나는, 본능적으로 먹고사는 일이 1순위였다.

돈이 나오는 구석이니까 그런지는, 상사 및 주변 환경에서 욕먹는게 싫어서 그런건지, 원래 성향이 일 특화여서 그런건지는 모르겠다.

내 인생의 워라벨의 워밖에 없어서 라를 챙겨보자, 나를 일에만 매몰되게 두지말자고 다짐하고 내 반경을 넓히기 위해 다른 분야의 대학원으로 진학했다.

올해 2.5개월간 열심히 학교를 다니지 않았다고 말은 이렇게 하지만 이번 학교생활도 남들 앞에서 하는 발표, 내 생각이 들어가는 과제는 은은하게 매일 방향을 생각하면서 어떻게 하면 내가 전하고 싶은 것들을 재밌고 유익하게 전달할까 구상한다. 다짐대로 대학원을 와서 생각의 범위와 관심사도 늘었다. 글도 더 자주 많이 잘 쓰고 싶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올해는 직업으로서 매일 생각하지도 못했던 희안한 분야의 글을 쓰고있지만 말이다.

이제 대학원생으로서 신분이 1년 정도 더 남아있는데 집중해서 즐겨야겠다.

올해 들어서 피곤해서 맨날 학교 가기 싫다라는 말을 정말 학생처럼 달고 살았는데ㅋㅋ

학교에 가기 싫을 땐 가지 않되,(?), 대학원생들과 함께 할 때는 잘들어주고 크게 웃고 더 솔직해지고 싶다. 학업에 있어서는 평생을 모범생으로만 살아왔는데 일탈도 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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