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숨 쉴 구멍과 밤새기

by ZeroH

매 주 글쓰기를 하기로 다짐하고 매주 글을 안쓰고 있다.

오랜만에 대학원 수업 전에 도서관에 들려서 글을 쓴다.

사실은 대학원 과제를 하기 싫은 자의 발악이자 도피처이다.

이번달에는 코로나 이후로 첫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짧은 2박 3일 여행이였지만 올해 첫 여유를 만끽할 수 있었다.

일에 쫓기기도 할 때라 가끔씩 일 생각이 나면 집에 가기 싫어지긴 했지만, 최대한 일 생각을 안하려고 했다.

여행을 다녀와서 직장으로 돌아가야한다는 현실이 믿기지 않아서 잠이 안왔다.

출근 전 월요일에 밤을 샜다.

뭐하면서 밤을 샌 지 모르겠다. 그냥 핸드폰만 들고 멍하니 계속 스크롤을 내리고 올리고 한 것 같다.

출근하려고 씻고 나와서 생각해보니 어제까지 냈어야 했던 대학원 과제도 내지 않았다.

하루종일 피곤하고 졸려서 후회했다.

일이 밀릴까봐 걱정했는데 다행인지 이번달 일정이 다음달로 미뤄져서 갑자기 여유가 생겼다.

이럴 줄 알았으면 여행가서 일 걱정안했을텐데 말이다.

그래도 일정관리를 위해서 하루종일 어떻게든 정신을 부여잡고 또 일에 매달렸다.


다행히 부처님 오신 날이 수요일에 있어서 밀린 잠을 실컷 잤다.

그리고 잠이 안와서 또 밤을 샜다.

뭐하는자는겨..ㅜㅜ


다음날 목요일에는 출근해서 일하다 퇴근해서 또 새벽 3시반에 잠들었다.

그리고 또 금요일에 출근해서 일하다가 주말 밤이 되어서 금토일까지 또 밤샜다.

총 5일을 밤을 샜구나ㅎㅎ


왜 그랬을까.


어제 월요일에는 출근해서 정말 좀비같이 다녔다.

점심시간에도 밥을 거르고 잠시 자려고 했는데 이제는 누워도 잠이 안오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냥 멍한 상태로 쉬었다.

탄수화물을 안먹어서 잠이 안오나?

곡물 쉐이크를 타서 마셨다.


하루종일 찐한 거품속에 갇힌 느낌이였다. 말도 잘 안들리고, 이어폰을 꽂아도 소리가 어떤 막에 걸러져서 들리는 듯 했다. 땅에 발을 닿는 느낌도 이상했다. 바닥이 뭔가 푹신하고 출렁거렸다. 퇴근하고 학교까지 가야해서 더 힘들었다. 강의실에서 올해 처음으로 잠깐 졸았다. 나도 지각했지만 더 지각한 동기가 들어오면서 내 의자를 뒤에서 똑똑똑 쳤다. 내가 졸고 있는 걸 보고 깨우려고 한건지, 내가 반가워서 인사한건지는 아직 잘모르겠다. 강의 대신 다른 학생들의 발표를 들었는데 흥미있는 주제들이 많아서 나름 집중해서 듣고 있었다. 쉬는 시간 틈틈이 내가 다음달에 발표해야 할 주제와 관련있는 교수님 논문도 읽었다. 분명 그랬는데... 언제부터 언제까지 존걸까..


잠도 안자고, 밥도 안먹은 상태에서 일도 하고, 학교도 다니고 대단하네.

그래도 나는 아침형 인간이 되고싶다.


내 아침은 항상 극효율주의이고 출근을 위한 시간을 많이 쓰지 않는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다른 걸 하는 것보다 좀 더 자는 게 좋다.

아침도 먹지 않는다.

밤에 늘 늦게 자기 때문인데, 그렇다고 특별한 걸 하냐면 그것도 아니라서 좀 억울하다.

차라리 공부를 하거나 책을 보다가 늦게 자면 그러려니 할텐데 말이다.

왜 밤을 새는 것인가.

숨 쉴 구멍이 생기고 여유가 생기니까 이걸 더 즐기고 싶어서 더 밤을 새게 된 것 같다.

일에 지쳐서 다른 생각을 할 여유가 없으면 퇴근 후 집에 와서 바로 기절한 듯이 잤다.

그렇다고 일에 파묻히고 싶냐고? 절대 아니다.

요즘 내가 겪고 있는 게 선택적(?) 불면증인가.

나는 자라면서 불면증이 심하기도 했는데, 올해 유독 푹자서 고쳐진 줄 알았다.


다시 잘자고 싶다.


커피를 낮 이후에 안마셔야 하고(지금 텀블러에 커피를 한가득 사왔다), 이번달부터 다시 시작한 넷플릭스를 끊어야되며, 나랑은 가깝고도 먼 듯한 연예인 가십거리에 관심을 그만 둬야하고(코로나 이후로 어째 내 친구들보다 연예인들이 더 친근한 느낌이다), 깨어있는 동안 생산적인 것에 최선을 다해야한다. 최소한 청소라도!


나의 정교함을 요하는 일들이 얼마나 많은데 지금,,


어제 푹 자고 일어나니 그나마 오늘 좀 살 것 같다.

비로소 주변이 보이고, 내가 해야할 것들이 생각난다.

잠을 못자면 혈중알콜농도가 있는 것과 비슷하다고 하더니 정말인가보다.

술에서 깬 것처럼 정신이 서서히 돌아온다.

밤에 잠 좀 자자..

물론 다짐한다고 바로 잠을 잘자게 되진 않겠지만, 노력이라도 해보자고.









keyword
작가의 이전글14. 읽었습니다. 구의 증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