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정이라는 게

by ZeroH

정 많은 성격을 숨기고 살아왔던 것 같다.

티내기에는 쑥쓰럽고 자기방어적 성격이 강해지면서 순수한 마음을 감추기 위한 에너지를 더 써왔다.

서울에서 사회생활을 하며 더 감정은 무뎌진 것 같다.

자유롭게 웃고 자신을 표현하는 사람이 부러웠다.

찍힌 사진들을 보면 내 웃음조차 어색했다.

원래 밝게 잘 웃었었는데 말이다.


내가 맡고 있는 일적인 요소 때문에 같은 회사 사람들을 만날 때에도 더 무게를 가지고 말을 조심하고 거리를 뒀었다. 그래서 새로운 사람을 잘 만나지도 않았고, 관심 받고 싶지 않아서 최대한 웃음기는 빼고, 옷도 눈에 안띄도록 회사용 옷을 정해놓고 입었다.


이번주에 회사에서 1박 2일 동안 전국 직원 워크숍을 갔다왔다.

가기 전에는 너무 귀찮고, 내가 해야할 역할이 있기 때문에 부담도 되었다.

하지만 요즘 내가 가지고 있는 생각들은 마음을 열고 사람을 대하자였기 때문에, 내 위치, 업무적인 것들을 잊고 마음 편하게 눈 앞에 있는 상황과 사람들을 대하자고 생각하고 갔다.


회사가 싫은 건 아니지만 나를 감추고 싶었고, 돈 벌러 오는 장소일 뿐이라고 생각해왔던 10년을 조금은 허무는 시간이였다. 작년 워크숍에서도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즐거웠던 기억이 있었기 때문에, 올해는 조금 더 사람들에게 집중해서 피상적이지 않은 대화를 해봐야지라고 생각했다.


정 많고 여성적인 나이면 좀 어때


나는 지금 여기에 집중하고 있는 한 사람일 뿐인걸


그렇게 집중하니 빨리 집에 가고싶다, 자러 가고 싶다, 언제 자리가 끝나나라는 생각은 전혀 안들고 헤어지는 게 아쉽기까지 했다. 내가 어떻게 보일지 신경 쓰지 않고 그냥 하고 싶은 솔직한 말을 했다. 일 얘기도 하고 재테크 얘기도 하고 지방 이야기도 하고, 들어주기도 하고 답변해주기도 했다.


내가 안보이는 곳에서도 많은 삶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지난 시간 속에 만났더라면 더 다채로운 회사생활을 했었을 것 같다. 지금이라도 알게 되서 다행이다. 남은 날이 더 많을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20년은 남았을까. 내 회사생활은. 하루만에 정이 들어버렸다. 회사가 주는 안정감을 최대한 활용해야지. 그동안은 스트레스도 주고 돈도 주는 곳이라는 생각만 하고 별 기대는 안하고 살았다. 벗어나고 싶기도 했고, 어떻게 하면 일 안하고 놀고먹는 삶을 살 수 있을까 생각하기도 했다. 쉬고 싶기도 하고 일하고 싶기도 하다. 10년이라는 세월동안 회사와도 정이 들어버렸다보다. 이제는 내 일에 대해서 설명할 때 자신감 있고 자랑스러울 때도 있다. 일에만 미쳤던 사람이라면 이제는 사람에도 집중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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