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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시장이 작잖아요.

내일 책이 드디어 출간된다고 한다. 어제 출판사 대표님과 마케팅 회의를 했다. 나름 그래도 마케팅에 대한 계획이 있으신 줄 알았는데 전혀 아무런 생각이 없으신 모습에 나도 화가 났었나 보다. 마케팅 계획이 없으신 거예요?


...


비난하는 방식의 대화는 결국 아무것도 없지 못한다. 상대가 마음의 문을 닫게 만들고 방어체계를 취하게 한다. 결국 비난은 화살이 되어 날아온다.


너무 시장이 작잖아요.


출판사 말인즉슨 타깃 독자층도 범위가 좁고, 영역도 너무 한정적이란다. 시장이 작으니 마케팅 자체도 쉽지 않다고... 뭐 어쨌든 열심히 해보기로 하고 마무리했다.


시장이 작다..

시장이 작다..

시장이 작다..


계속 작년부터 고민인 테마이긴 했다. 늘 이야기하지만 어떤 말에 상처를 받을 때는 내 안에 해결되지 않은 문제일 때가 많다. 출산율이 0.87인 시대에 살고 있다. 수능 수험생이 40만 명이다. 20년 전 2000년 수험생은 80만 명이었다. 20년 만에 반토막이 났다. 그 20년 동안은 그래도 출산율이 이렇게 낮지도 않았는데 그랬다. 앞으로 수험생이 또 반토막 나는 기간은 아마 10년이면 충분하리라.


이 수치를 보면 사교육 시장의 광기도 이해가 된다. 판에 들어오는 플레이어가 이렇게 적은데 이윤을 남겨야 하는 학원 입장에서는 기저귀 찬 아이라도 데려다 놔야 수지타산이 맞을 것이 아닌가...


나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소아치과의사로서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근 1년간의 열렬한 방황 끝에 나는 그래도 나의 직업을 사랑하고 계속하고 싶다는 결론에 다 달았다. 나는 내 직업이 좋다. 물론 다음날 휴가이고 오프인 날이 일하는 날보다 훨씬 좋지만, 아이들을 만나는 시간이 좋다. 아이들의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는 경험과 지식을 가진 "소아치과의사"로서의 내가 좋다.


그리고 동시에 교육자이기도 하다. 나의 시대까지야 별 문제가 없을지도 모르지만 나의 제자들에게는 뭐라고 해주어야 하나. 시장이 작으니 너네는 망했다고 해야 하나? 다른 길을 찾으라고 해야 하나?....


시장의 크기는 영향력을 의미한다. 영향력을 가진다는 것은 양날의 검이기도 하지만 운신의 폭이 넓다는 것이다. 운신의 폭이 넓으면 다양한 기회를 가질 수 있다. 다양한 기회는 다양한 생각을 일으킨다. 결국은 선순환의 장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두 가지 방법이 있다.


1. quit. 떠난다. 또는 영역을 넓힌다.


지금 초중고 대상 학원 사업이 그렇다. 초중고 대상 비중을 줄이고 성인교육시장으로 확장하고 있다. 성인교육시장은 매일매일 기록적인 성장을 보이고 있다. 돈 될 곳으로 자원을 집중하겠다는 의미다.


2. 그 분야의 탑이 된다.

시장이 크든 작든 될놈될이다. 그 분야에서 탑이 되면 된다. 더 잘하고 더 고민해서 탑이 되면 된다. winner takes all. 탑이 다 가지는 세상이다.






어떻게 살고 싶은가.

한 번의 인생 어떻게 살고 싶은가.


시장 이야기에서 삶 이야기로 이어진다. 경쟁력이니 시장이니.. 나는 잘 모르겠다. 역시나 결국은 삶이다. 인생과 인생이 만나 시장이든 삶이든 결정된다.



저도 언젠가 눈을 감을 텐데, 그때 스스로 물어볼 거예요. ‘너는 어떻게 살았어?’라고요. 답은 이미 만들어놨어요.

이회영 선생과 똑같이 ‘일생으로 답했다’라는 건데, 중요한 건 그 말을 할 수 있냐는 거죠. 그렇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남은 시간을 살 수 있느냐가 문제인 거예요. 그런 답을 할 수 있도록 저의 남은 삶을 디자인해가고 있다고 생각돼요.
- 큰 별 최태성 선생님




나는 어떻게 살았다 말하고 싶을까?

어떤 일생(평생)으로 사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을 답이라 할 수 있을까.

조금이라도 알 것 같았는데, 또 다시금 하나도 모르겠는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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