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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에세이] 아들의 첫 등교

아이의 등교 첫날이다.

배가 아프다며 늑장을 부린다.

열도 없고 컨디션도 괜찮다.

아마도 긴장이 되는 모양이다.


"걱정돼?"


아이는 말없이 끄덕인다.

나름 8살 인생 최초의 큰 고난일지도 모른다.

아이 입장에서는 미지의 세계로의 도전이니

설레기도 걱정되기도 하겠지.


뭐라고 해주어야 할까.


에잇. 별 것 아니야. 뭐 이런 것 가지고 그래?

하면서 대수롭지 않게 반응해주어야 할까.

엄마가 같이 가줄 거야. 엄마가 지켜줄게.

이렇게 호들갑을 떨어주어야 할까.


아이의 모습을 보다 보니 수십 년 전

작은 꼬마가 툭 튀어나온다.




아마 그날도 비가 왔었다.

기억 속에 나는 물기가 축축한 운동장에서

1-1 팻말 뒤쪽에 어색하게 서 있다.

애꿎은 우산으로 운동장의 모래만 푹푹 쑤시며 말이다.

선생님을 따라 교실로 들어간다.


그때도 지금처럼 교실은 알록달록 했을 텐데

기억 속 교실은 온통 잿빛이다.

마음이 그랬었나 보다.

두렵고 긴장돼서 알록달록한 교실 장식이 안보였을까.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는 날이 화창하게 개었다.

습기가 좋아 나왔던 지렁이들이

땅속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꿈틀대고 있었다.

요리조리 지렁이들을 밟지 않고 지나가느라

언제 긴장했냐는 듯 놀이처럼 집중한다.

땀이 송골송골 맺히며 시야가 환해졌다.


아이에게 말해준다.


엄마도 그랬어. 얼마나 긴장됐는지

교실이 다 회색인 것 같았어.

몇 반이었는지도 잘 기억이 안 나.


그런데 집에 올 때 길 위에 지렁이들이

잔뜩 나와있는 거야.

마치 학교 갔다 온 엄마를 응원해주는 것 같았어.

그 지렁이들을 보다 보니까 다시 기분이 좋아지더라.


아이가 배시시 웃는다.


엄마도 떨렸어?

진짜 지렁이가 있었어?

몇 마리였어?

안 밟았어?


폭풍질문이 쏟아진다.

그러더니 까르르 거린다.

지렁이를 밟지 않으려고 폴짝폴짝 뛰었을

어린 엄마의 모습이 그려진 걸까.


...



아이는 내내 한 뼘씩 커갈 것이다.

그리고 앞으로 조금씩 혼자 걸어 나갈 것이다.

그럴 때마다 함께 갈 수도, 못 가게 할 수도 없다.


그 순간 온전히 그 감정에 같이 있어주는 것

그리고 지지해주는 것.



presence



이게 바로 내가 할 수 있고 해야 할 일이 아닐까.


1학년, 입학 축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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