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일상 에세이] 선생이 너무 많다.

블로그를 열심히 하다가 어느 순간 내가 쓰는 글도 시들, 남이 쓴 글도 시들해졌다. 누구의 글을 읽으려고 해도 글이 내 마음속으로 들어왔다가 튕기는 느낌이었다. 다시 한번 정자세를 하고 읽어보려고 해도 안됐다. 


그러다 최근 새로 블로그를 시작한 친구의 글을 읽는데 어찌나 눈에 쏙쏙 들어오는지. 그렇게 집중을 하려 하지 않아도 글이 쏙쏙 들어왔다. 물론 친구의 글이기에 이미 알고 있는 정보가 있어서 그럴 수 있지만, 그리고 그 친구가 글을 잘 써서이기도 했겠지만 그것과는 무언가 달랐다.


“초심자의 태도”


친구의 글은 초심자의 태도로 독자를 온전히 예우를 갖춰 대하고 있었다. 생각과 감정, 나의 삶을 나누려는 것뿐이지, 절대 글로서 누군가를 가르치겠다거나 계도를 하겠다는 목적성이 없었다. 그제야 깨닫는다. 왜 내가 나의 글에도 남의 글에도 집중을 할 수 없었는지 말이다.


이번 글 사세 8기를 마지막으로 스텝 자리를 내어놓으려고 마음을 먹고 있다. 표면적인 이유는 시간과 에너지가 너무 많이 든다는, 그리고 나는 아직 그런 자격이 안된다는 이유였지만, 가장 내면의 가장 개인적이고도 깊은 이유는 글사세 스텝을 하면 할수록 내가 나의 글을 쓸 수 없다는 것이었다. 

매번 선생의 태도로 내뱉었던, 수많은 나의 말들이 어느 순간 부메랑이 되어 다시 나를 찌르기 시작했다. 갑자기 두려워졌다. 분명 나는 도움이 되고자 건넸던 말들이었지만 그러는 너는 잘하고 있으면서 떠들어대었던가. 하는 스스로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자꾸 올라와서 어떤 글도 쓸 수가 없었다.


오늘도 한 분의 글에 이 글이 일기인지 에세이인지 생각해보시라는 댓글을 달고, 내 글을 쓰기 위해 자판 위의 손가락을 놀리는 이 순간에도 내가 쓰는 이 글은 일기인지 에세이인지 스스로에게 계속 묻고 있다. 내가 뱉은 말이 내게 비수가 되어 자꾸만 달려든다. 자꾸 나를 찌른다. 


언제가 가장 행복했어요?


라고 묻는다면 나는 우리 아들을 만난 순간, 그리고 내가 글쓰기를 만난 순간이라고 대답한다. 그만큼 나에게 글쓰기는 산소통 같은 것이다. 글쓰기가 없이는 살 수가 없다. 나의 감정을 생각을 글로 표현하지 못한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숨 쉴 수 없을 것 같은 기분이다. 


각각의 인생을 온전히 살던 사람들이 모여 “글”이라는 매개체로 뿜어내는 에너지를 만나는 순간은 황홀했다. 그 순간의 희열이 마치 내 것인 양 오만하게 굴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영원한 학생이 되라고 말하고 싶다. 주기적으로 가장 적은 지식을 가진 사람이 되는 방 안에 들어가라. 관찰하고 배워라. 그 불편한 느낌은 특별한 전능자가 되고 싶은 여러분의 욕구를 다스릴 것이다. - 라이언 홀리데이”



세상에는 이미 선생이 너무 많다. 

굳이 나까지 보탤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영원한 학생, 특별한 전능자가 되고 싶은 욕구를 다스려주는 그 자리가 바로 내가 있을 곳이다.

작가의 이전글 [일상 에세이] 행복이란 무엇인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