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부서에 이태원 간사람 없지?
월요일 아침부터
클러버 색출작전
제가 보증합니다
저분은 안갔습니다
아니 못갔습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이태원발 코로나 2차유행이 시작됐다. 서울 용산구의 동 사이즈도 안되는 작은 구역에서 촉발된 코로나는 서울,경기,부산 뿐 아니라 제주도까지 다 퍼졌다. 의료진과 질병관리청 분들이 힘써 일궈놓은 공든탑이 한번에 무너지는 것 같아 안타깝고 황망하기 까지 하다. 나도 아이를 키우는 사람이라 2~4월 고난의 시간을 보내고 겨우 이제 제대로 기관에 보내고 있는데 이런 소식이 들려 화도 나고 우울감까지 느껴진다.
어제도 출근하고 나서 일에 집중하질 못했다. 실시간으로 뜨는 뉴스속보를 살피며 한숨을 쉬고 있는데 오전 회의가 시작됐다. 부장님은 조심스럽게 부서원들을 모았다. 그리고 작게 속삭였다.
"우리 부서에 이태원 클럽 간사람 없지?"
순간 단전에서부터 묵은 숨이 터져나와 폭발할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분노가 아니었다. 폭소를 동반한 흥분성 환희였다. 풉...킥킥...
우리 회사도 2030대, 4050대가 모두 모여있는 회사라서 그런지 아침부터 색출이 시작됐다. 바로 옆 회사에서 20대직원이 확진이 되서 해당 건물 자체가 폐쇄되고 전원 재택근무에 들어간데다 대전에 있는 지사에서 한 직원이 확진자 친구와 밥을 먹어서 검사를 받으러 가는 등 내외로 난리도 아닌 상황이었다. 우리본부의 수장인 전무님과 실장님이 심각한 표정으로 연휴에 이태원 간 사람들을 찾는데, 나는 정말 웃음이 나서 견딜수가 없었다.
이유는? 고개를 휙 돌려보면 나를 둘러싼 많은 사람들의 얼굴이 스쳐간다. 어디 이 청초하고 순박한 아저씨 아줌마들이 클럽을 간단 말인가. 이들이 이태원에 등장하는 순간 힙한 젊은이들의 거리는 시골 저자거리로 변할 것이며, 트렌디한 매장 주인들은 이들이 자신의 가게에 입장할까봐 하염없이 날을 세우고 있느라 편두통이 찾아올 것이다.
"김과장, 진짜 이태원 클럽 안갔지~이?"
40대 중반의 김과장님. 손사래를 치며 자신은 절대 간 적이 없다고 했다. 50대 전무님 입장에서는 40대도 '어리고 힙'해 보일터. 타깃이 된 김과장님이 땀을 뻘뻘 흘리는 모습을 보니 '김과장님은 이태원 클럽이 아니고 이태원역에서 부터 걸러질 수 있습니다. 2차유행이 기원(바둑두는 곳)이나 중앙해장국집이면 몰라도...이태원은 절대 아닙니다! '고 대신 대답이라고 해주고 싶었다. 본부장은 끝까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 의심하려면 신입사원들을 의심해야지 왜 애먼 사람을....
이태원발 2차 유행이 우려스럽긴 하다. 연휴라도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에 클럽가서 흔든 건 좀 비난 받을만 하지만 한편으론 너무 몰아가지 않았으면 하기도 한다. 5월초 연휴에 나도 경기권에 있는 아울렛에 다녀왔는데 사람이 정말 많았다. Gucci, Bottega, Balenciaga, Burberry 앞에 줄이 얼마나 길었는지 호기심에 들어가 볼까 하다가 등돌린 매장이 많았다.(돈이 없는게 제일 크지만) 얼마나 사람들이 다닥다닥 붙어있었는지. 굳이 클럽만 비난하는 게 맞나 싶고. 다들 어서 검사 받으러 가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