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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드니 Aug 22. 2020

회사에 가고싶어지는 Tip.

너네 보러 간다


초등학생들이 친구보러 학교 가듯

회사도 그렇게 가면 된다




직장인들이 가장 '사직서'를 많이 검색한다는 월요일. 주말 내내 집에 박혀 넷플릭스 드라마 한 시즌을 몰아보고 퍼져있다 출근한 월요일은 유독 월요병이 도진다. 주중-주말의 신체활동량과 스트레스 지수가 양극화 되어있다보니, 한때 모 공중파에서는 월요병을 해소하는 방법으로 '일요일 출근'을 제시했었다. 결과적으로 이 제안은 많은 직장인들의 공분을 샀지만, 주말에도 주중과 일정한 신체활동과 외부접촉을 해야 몸도 처지지 않고 균형있는 멘탈관리가 가능하다는 뜻이 었을거다.  


Blur된기자님 너무 욕을 많이 드셔서 장수하실 거다



나도 극심한 월요병을 가진 인간이었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회사는 일이 힘든 게 아니다. 사람 때문에 힘들다. 일만 집중하면 참 좋을텐데, 회사는 '일'만 집중하게 나를 내버려두지 않는다. 아침 저녁으로 인생에 별 도움 안될 것 같은 그들에게 내 소중한 시간과 시선을 소요해야 한다는 것은 스트레스 였다. 더 스트레스는 회사를 나가면 딱히 대안이 없다는 점.


그런데 월요병을 극복하게 된 2가지 계기가 있다.



Tip 1. 출산

애를 낳은 뒤로, 금요일 오후부터 식은땀이 흐르고 인터넷 검색창에 '주말 아이와 갈만한 곳'을 검색한다. 수강표를 짜듯 짜임새 있게 시간표를 짜고 맞이하는 주말. 약간의 변수가 등장하긴 하지만 대체적으로 계획에 맞게 일정을 보내고 일요일 초저녁부터 말린 생선처럼 기름이 쫙 빠진채로 뻗어버린다. 월요일 아침, 출근 후 내 자리에서 마시는 아메리카노... 커피가 이렇게 단 줄 몰랐다. 그리고 여유롭게 혼자 마시는 커피란.  진짜 표현할 방법이 없다.



사실 1번 방법은 팁이 아니다. 냉소+자조가 섞인 푸념일 뿐이다. 진짜 팁을 제시하고자 한다.



진짜Tip. 친구를 회사에서 사귄다.


아니, 시드니님. 얼마 전에 [사람은 적게 만나는 게 답이다]라고 글 쓰셨잖아요? 라고 구독자분들이 물을 수 있다. 네 맞습니다. 그땐 양적인 숫자를 의미한 거였고, 지금은 질적인 이야기를 할거다.


하룻동안 회사에서 보내는 시간은 최소 9시간. 아무리 월급과 시간을 바꾼 직장인의 운명이지만, 인간은 유희적 존재, 즉 즐거움이 본성인 생명체다.  네덜란드의 인류학자 호이징거는 ‘인간은 본성적으로 놀이를 추구한다.’고 했다. 원시인들은 거의 모든 시간을 춤추고 놀았다. 그러다 농경사회가 되며 일하기 시작했다. 인간을 ‘노동하는 존재’로 정의한 것은 불과 200여 년 밖에 되지 않았다.


조상님 대대로 유전된 '유희'의 본성을 사람은 거스를 수 없다. 쉽게 말하면, 회사에 있는 동안 적어도 몇 시간은 즐거워야한다. 그리고 회사에서 가만히 보니, 조직에서 잘되는 사람들은 긍정적인 기운을 뿜어낸다. 회사에서 아무리 인상쓰고 열라게 일해봤자, 개인이 가지고 있는 아우라나 느낌이 어둡다면 사람들이 동료로서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그래서 나는 어떻게 했는가. 사실 어떻게 하겠다고 한건 아니었다. 방송국PD를 준비하다 실패한 상태에서 입사를 했기 때문에 온몸 깊숙이 파고든 패배주의에 물들어 기계처럼 회사에 다니고 있었다. 그러다 우연히 나랑 비슷한 시기에 언론고시 준비를 한 사람을 만나고, 그 사람이 자신의 후배를 소개해주고 종종 점심을 먹게 되었다.


비록 그들과 나 모두 시험에 떨어진 낙제생들이지만, 낙제생끼리 모이니 공통분모가 많았다. 그들도 나처럼 여전히 아랑(언론고시 카페)를 들락거리고 있었고 시사상식 시험에 나오는 문제를 대비하기 위해 매주 신문을 스크랩 하고 있었으며 이렇게 채워진 지식들을 은근히 회사 업무에 반영하고 있었다. 나와 비슷한 감정을 느끼는 사람이 있다는 자체가 든든하고 지난한 회사생활에서 활력소가 되었다.


이제 연차가 10년차가 다 되가다보니 후배들 중에도 그런 아이들이 보인다. 다른 후배들보다 탈락의 경험을 하고 들어온 후배들에게 훨씬 마음이 가고, 대화가 잘 통한다. 최근엔 그런 후배들과 모여 '독서모임'을 하나 꾸렸는데, 정말 즐겁다. 언론고시 필독서였던 몇 도서와 각자 개인이 심취한 문학작품들을 공유하고 토론하는데, 10년 전 스터디했던 기억이 나면서 메말라버린 지식창고가 켜켜이 채워지는 느낌이 든다.


핵심Tip. 공통분모를 가진 사람을 찾는 것


사실 언론고시 준비한 사람들이 많지 않기 때문에 위 그룹사례는 현생 반영이 어려울 수 있다. 회사에서 나와 공통분모를가진 사람을 찾는 것. 어렵지 않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두번째 모임은 '종로모임'이다. 동료 셋과 점심을 먹다가 모두 4대문 안에서 학교를 나온 걸 알게됬는데, 우연한 기회에 반차를 내고 함께 종로에 놀러갔다.


강남역에서 함께 지하철을 타고 가는 길부터 다들 들떠있었다. 첫 모임으로 간 서촌투어. 주말에 붐비는 핫플레이스만 찾아갔는데도 평일이라 한산했다. 요즘 힙하다는 메뉴를 주문하고, 각자의 종로생활에 대해 털어놓던 시간. 각자의 상황과 시간은 달랐지만, '종로'라는 같은 공간에서 생활을 했기에 경험이 겹치는 경우도 있었다. 2011년 정독도서관에서 공부하다 폭우가 쏟아져 집에 못갈뻔 한 일을 털어놓으니, 한 동료가 자신도 그때 그곳에 있었다고 해서 정말 깜짝 놀랐다. (세상이 너무 좁다)


일 이야기 없이 함께 추억여행을 하다보니 회사에서의 관계보다 더욱 끈끈해진 사람들.  다들 너무 좋아해서 모임이 '공식화'되었다. 자주는 갈수 없지만 분기에 1번 정도 모여서 삼청동,가회동,계동 투어를 한다. 거의 이 모임 때문에 회사를 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들때도 있다. 그만큼 즐겁고 평온하고 감사하다. 삭막한 회사생활에서 찾은 보석같은 사람들. 비록 숫자는 많지 않지만 (다해서 4-5명 정도) 그들의 존재가 있기에 답답한 조직에서 숨통이 트이는 것 같다.


삼청동 투어 때 눈나무집에서 바라본 풍경


회사에서 마음 맞는 사람을 찾는다고? 낭만적인 이야기처럼 들릴  있다. 맞다. 지난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회사에는 이기적 or 게으름 or 책임감없는 사람들이 95%. (가끔 어떻게 회사가 돌아가는지 신기함) 그들 사이에 파묻혀 있다보면 나도 그렇게 변해가는데, 그들처럼 내가 변화한다해서 행복해지는  절대 아니다. Be myself! 나답게 일하고 행동하되, 지친 마음은 나와 공통분모가 있고 마음이 맞는 사람을 소수라도 사귀어 두는 . 이게 회사에 그나마 가고 싶어지는 팁이다.


정리하면, 회사에서 마음 맞는 사람을 찾아야한다. 그런데 그런 사람을 찾기 위해 애써 노력하라는 건 아니다. 그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 내가 가장 아프게 품고 있는 경험들을 말할 만한 사람에게 털어놓는 거다. 그럼 자연스럽게 (회사 소문이 또 엄청 빠르지 않은가) 그런 사람들과 만나게 된다. 그들 중에 인생친구 할만한 사람을 찾아내는 것, 그것 부터는 당신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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