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드니 Jul 20. 2020

미워한 사람들이 다 잘 안됐다

죄책감 없이 미워해도 됩니다


엄마가 말했다

사람은 미워하지말라고

엄마, 아니에요

미워할놈은 미워해야죠




독실한 기독교 가정에서 자라서 그런지 누군가를 '미워하는 것'에 대한 공포가 있다. 목사님께서는 '원수를 사랑하라(마태복음 5장 43-38절)'고 설교하시고, 연 2회 정도는 사회복지시설에 봉사활동을 갔다. 25년 (입사 전 까지) 평생 약자를 보듬고 웬수가 오른뺨을 때리면 왼뺨을 내주라는 가르침을 가슴 깊이 새기고 있었다.


그.런.데

사회 생할을 해보니 도저히 품어줄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많지는 않다) 호시탐탐 나의 약점을 찾아 공격하고 빈틈이 보이면 죄를 뒤집어 씌우고 모른체하는 악하디 악한 사람들. 이런 사람들을 품어주는게 과연 맞는 일인가? 가능하면 좋은게 좋은거니 넘어가려고 하는데, 가끔 도저히 받아줄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


그.래.서

결심한다. 미워할 놈들은 미워하자. 미워하는 마음을 행동으로 실천할 위인은 못되니 마음 속으로라도 양껏 미워하자. 문제가 없으면 팡팡 놀다가 문제가 조금이라도 생기면 제일 약한 사람 찾아서 팔아넘기는 나쁜 족속들.


누가요? 만진이가요? 진짜 그 새끼가 그렇게 말했어요? 정말요? 와, 진짜 폐비닐 같은 새끼네... 뭘 제가 먼저 거기에 내려가자고 꼬셔요, 꼬시길? 저는 그 교회 다녀본 적도 없는데...자기가 잘 안다면서, 자기 돈도 없다면서 앞장선 새끼가... 아, 그 새끼 진짜 같이 못 놀겠네. 어떻게 친구한테 그렇게 누명을 뒤집어 씌우지... 그 새끼 진짜... 가롯 유다 같은 새끼네...
- 이기호, <목양면 방화 사건 전말기>


가롯유다 같은 새끼들은 몇천명의 임직원 중 3-4명 뿐이다. 그런데 이상하게, 이 사람들이 잘 안됐다. 아직 섣부르게 판단하긴 어렵지만 앞으로도 잘 되기 어려워보인다. 일단 회사 익명 커뮤니티에 항상 이름을 올린다. 온갖 날선 단어들이 판치는 그곳에서 험한 단어를 목도하며 위안을 얻는다. 아, 나만 당한건 아니구나.


1명만 타깃팅해서 괴롭히는 한가한 사람은 없다. 대부분 나쁜 행동습관이 관성화된 상습범들이다. 상습범을 미워하는 사람들이 쌓이고, 인사별령과 환경변화에 따라 사건사고가 터지고 많은 이들의 원한을 사게 됐겠지. 그러면서 블라**에 이름 올리고 평판체크에서도 낙제를 받아 진급도 어려워지는 듯 하다.


최근 신입 때 일을 몰아주고 오류를 뒤집어 씌웠던 모 과장이 퇴사했다. 승진과 보신 외에는 관심없던 그녀가 갑자기 회사에서 희망을 보지 못했다니. 그녀는 상사에게 "앞으로 진급은 어려울 것 같다"라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자존심이 쎈 그녀는 결국 커리어를 포기하고 퇴사했다. (그 커리어도 남의 것 뺏어 올라간 거지만)


기분이 이상했다. 회사를 다니는 내내 그녀를 저주하면서 두려워했다. 다시 만나면 어쩌지? 내가 더 빨리 올라가야겠는데 쉽지 않겠지? 그녀의 이름이 보일 때마다 복잡한 심경이었는데 알아서 떨어져 나갔다. 내가 느낀 무력감보다 더한 무력감을 안고...


결국 자연의 섭리(?)에 따라 나쁜 사람들은 시간이 지나면 썩어 문드러지는 것 같다. 회사 생리의 자정작용이라고나 할까. 매출성장과 올바른 조직문화를 추구하는 회사 입장에서 이런 미꾸라지들이 존재하는 건 아무 도움이 되지 않으니 서서히 Fade out된다.

 

그래도 애지간하면 사람을 미워하진 않으려고 한다.

이상하게 내가 미워하면,,, 잘 안되더라고.  




매거진의 이전글 바다는 비에 젖지 않는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