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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드니 May 21. 2022

당당함과 싸가지의 경계

내가 당당한지 싸가지인지 알아보기


"쟤는 할말 하는 애야."

같이 프로젝트를 하게 된 후배A에 대한 평판을 묻는 나의 질문에 A와 같은 부서인 동기가 이렇게 말한다.


"할말 하는 애라...좋은 뜻이야?" 라고 다시 물으니 동료는 고개를 갸웃하며 "음, 좋을 때도 있는데 좀 과하다 싶을 때도 있지?"라고 한다. 자리에 돌아와 생각해보니 저연차 후배가 '할말을 한다'는 건 어떤 의미인지 갸우뚱 했다. 남의 평판보다는 내가 겪은 걸 더 신뢰하는 편이라 직접 일을하며 그 아이를 겪어보기로 했다.


내가 본 A는 이해도가 높고 상당히 손이 빨랐다. 방향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 바로 이해하고 뚝딱뚝딱 보고서를 작성했다. 뭐지? 일을 너무 잘하는데? 과하기는 커녕 팀원들과 토론하면서 자기의 의견도 정확하게 개진했다. 중간중간 논리가 비는 부분이 있으면 '근데 000는 너무 건너뛴게 아닐까요?"하며 부족한 부분을 짚어주기도 했다. 활발하게 프로젝트를 이어가던 와중, 동기에게 연락이 왔다.


"A어때? 좀 싸가지 없지 않아?"

"싸가지? 전혀. 당당한 것 같은데."

"당당하다고?"

"ㅇㅇ"


내가 내린 결론은 A는 '당당한' 아이였다. 같은 사람을 대하는데, 누구는 A를 '싸가지 없다'고 하고 누구는 '당당하다고'하는 걸까. 몇가지 포인트가 있었다.


1. 태도 : 타인의 생각을 수용할수 있는지

당당한 사람이든 싸가지 없는 사람이든 의견을 말하는데 주저함이 없다. A도 그랬다. 프로젝트 하면서 의견을 물어보면 자신의 의견을 거침없이 이야기 했다. 의견을 말하는 태도에서 '아 저런 점이 좀 4가지라고 하는 거군'이라는 생각도 솔직히 들었다. 그런데 A는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는 게 아니라 타인의 생각을 항상 수용했다. '00님께서는 이렇게 생각하시는 군요. 저도 동의합니다. 그럼 이건 어떨까요?' 이런 식. 타인의 생각을 자신의 생각주머니에 넣어서 디벨롭 해나가고 있었다.


2. 인성 : 지속적으로 안정적인 관계를 추구하고자 함

종종 회사에서 다신 안볼 사람처럼 행동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사람들은 반말, 막살, 상스런 언행이 일상상이다. 이런 사람들의 특징은 지속적은 관계를 구축하는데 관심이 없다. 일단 자신의 기분을 전방위적으로 표출하는 게 더 중요한, 미성숙한 사람들이다. 타인의 생각을 수용할 생각도 없고 막말을 일삼는다면 아무리 일을 잘해도 싸가지 없는 사람 그 이상 이하도 아니다. 물론 A가 이 부분에서 조금 말이 나오는 건 맞았다. 그런데, 내가 보기엔 생각을 표현하는 방식의 차이 정도로 느껴졌다. 아마 후배가 무조건 선배말을 듣기 원하는 사람이라면 (동기 미안) A의 태도에서 문제를 느꼈을 수 있고, 나처럼 피드백을 좋아하는 스타일이면 (항상 남의 생각이 궁금한) A같은 사람에게 전혀 문제를 못 느낀다.


3. 능력 : 1,2에서 능력이 나온다.

직장생활 10여년 가운데, 태도와 인성이 갖춰진 사람 중 무능한 사람을 보지 못했다. 아마도 회사 뿐 아니라 어떤 영역에서도 1,2는 통한다. 연예계, 스포츠, 창업, 예술, 기술 등등. 내가 본 후배 A는 1,2에서 3이 완성되어 가는 능력있는 사람이었다.  


물론 1,2가 없는데도 잘나는 사람들이 있을 거다. 그런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정치적인 사람들일 확률이 높다. 누군가의 신임을 얻으면 잘 나갈 수있지지만, 윗사람이 바뀌고 객관적으로 서로를 평가하게 되는 분위기에서는 살아남지 못할 확률이 높다. 사실 이번에, 조직개편을 하면서 저런 사람들이 통째로 날아가는 걸 봤다. 영원히 군림할 것 같은 사람들이었는데 눈 깜짝할 사이에 숙청 당했다.


그걸 보면서, 남에게 잔소리를 하는  꼰대아니라 남의 말을 듣지 않는 것이 꼰대라는 . 그리고  꼰대는 윗사람들도 싫어한다는  깨달았다.



가능하면 당당합시다.

싸가지 없단 소린 듣지 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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